[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콘월을 순방 중이던 지난 14일 정상간에 오간 ‘비하인드 대화’가 서울에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께서 오셨으니 G7도 잘 될 것”이라고 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맞장구치며 “한국이 방역 1등”이라고 했고,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한국 대단해요”라고 거들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다들 생각이 같으시네요”라며 문 대통령을 에워싸고 한마디씩 덕담을 건넨 것이다.
비공개 정상회담 도중 나온 얘기라서 취재진에 포착되지 않았던 이 장면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국내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공개됐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14~18일 7군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번 문 대통령의 영국·오스트리아·스페인 순방의 의미와 효과를 홍보했다. 박 수석이 공개한 정상들의 덕담은 많은 한국국민들에게 자부심을 더해준 것이 사실이었다.
박 수석은 당시 방송에서 “우리나라가 2년 연속 G7에 초청된 점에서 명실상부하게 G8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 아니냐는 국제적인 평가가 나오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정상들의 발언은 단순하게 건네는 덕담 수준이 아니다. 존슨 총리는 한국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오늘부터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는 사전에 한국과 인터뷰를 통해서 1차 팬데믹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배웠다. 이제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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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있다. 2021.6.13./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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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청와대는 종종 ‘개점휴업’ 분위기로 흐르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엔 달랐다. 문 대통령의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일정은 유난히 빡빡했고, 그런 만큼 박 수석은 방송 출연을 통해 설명을 보충하고 의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박 수석은 지금부터 딱 한달 전인 5월 28일 문재인정부의 초대 대변인 이후 3년 4개월만에 청와대에 재입성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홍보가 일방향 광고라면 소통은 양방향 공감이다. ‘민심 수석’이란 각오로 청와대와 국민의 가교역할을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전 정부에서 홍보수석으로 불렸던 직책이다.
박 수석은 그동안 조용하지만 강력한 실천력으로 언론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박 수석은 지난 14일부터 청와대 출입 언론사를 방문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언론사부터 시작해서 먼 거리 순으로 이어가는 원칙을 세우고 1주일에 3회 이상 언론사 방문을 실천해왔다고 한다.
특히 한 언론사를 방문하면 경영진과 임직원을 비롯해 편집‧보도 라인의 기자들까지 접촉하면서 최대한 소통에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소통수석이 언론사를 직접 방문해서 대면으로 소통하면서 거리를 좁히고 건강한 유대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 정부에서 전임 소통수석들도 시도했던 일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 이유로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박 수석의 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의 전화 응대로 시작해서 청와대에 출근해서 내부 회의에 이어 또다시 출입기자와 언론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응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박 수석은 기사를 읽다가 감명을 받거나 공감하는 글을 발견하면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논설위원에게 전화해서 소감을 전하는 ‘땡큐 콜’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박 수석의 땡큐 콜을 받은 기자가 깜짝 놀랐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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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2021.6.27./사진=연합뉴스 |
박 수석이 언론에 진심을 다하는 것은 바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임명 인사에서 “국민 눈높이는 심장에 있어서 허리 숙여 그 심장에 귀를 맞출 것”이라면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인을 대하는 태도를 남다르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8일 빙모상을 당한 박 수석은 이날 3일간 휴가를 내면서도 측근에게조차 일절 장모의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사실도 뒤늦게 전해졌다. 조용히 상을 치르고 싶어했던 박 수석은 매주 월요일 오전 정기적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는 춘추관 백그라운드 브리핑 약속을 실천한 이후에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19대 국회의원(충남 공주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 수석은 2017년 5월부터 문재인정부의 초대 대변인을 맡은 바 있으며, 이후 국회 비서실장과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국정운영 현황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백봉신사상’도 받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탁월한 화법으로 유명하다.
사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춘추관은 현안이 있을 때면 수시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하지만 박 수석 임명 이후 더 이상 일방적인 해명이나 공세는 없어졌고, 특히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춘추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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