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달리 CDN 끼워넣어…ISP와 마찰 없을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스타워즈·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을 보유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영업 개시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KT·LG유플러스 등이 국내 사업자 후보군에 올라 계약 논의 중인 가운데 넷플릭스발 망 이용료 분쟁의 그림자가 재차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다른 사업 구조를 갖춰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하는 프로그램 브랜드들./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7일 OTT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 사업 전개를 위해 KT와 LG유플러스 등 복수 통신사 관계자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관련 업계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료 소송을 냈던 만큼 다시 한 번 이와 같은 수익 배분 싸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망 중립성은 망 이용 대가 수취와는 관계가 없으니 합당히 지불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계약은 콘텐츠 제공자(C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 간 맺어진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 플러스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식은 CP와 ISP 간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사업자를 끼워 넣는 것이 특징이다. 넷플릭스와는 다르게 자체 서버가 없어서다.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CP들은 고화질 서비스에 따른 트래픽 사용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품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지역별 캐시 서버를 깔아 콘텐츠의 이동 거리를 줄여 품질을 제고한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홍콩에는 자체 캐시 서버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구성해 '넷플릭스→넷플릭스 캐시 서버→SK브로드밴드'로 이어지는 지불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분쟁이 생겨났다. 

반면 디즈니가 CDN 사업자에게 콘텐츠 전송을 위탁할 경우 ISP는 CDN에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의 문을 열어준다. 다시 말해 '디즈니→CDN 사업자→ISP' 콘텐츠 이용료가 흘러가는 셈이다. 이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가 디즈니 플러스와 사업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CDN 사업자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아야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에 따라 지난 8일 네트워크정책실 주재로 △구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 통신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지닌 5개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법이 시행된 이후 트래픽발 시스템 장애 등 총 12건의 위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된다. 당국은 해당 사례들을 검토해 이달 내로 초안을 만들어 9월 경 인터넷 망에 대한 무임승차를 방지할 실질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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