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매체 “방일 의향 전달” 등 잇단 보도에 ‘여론전’ 관측
청와대 “한일 정상회담 개최뿐 아니라 성과 있어야 검토”
내주 협상 예상…양측 부담 있지만 정치적 셈법에 달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여부를 놓고 한일 간 신경전이 전개됐다. 최근 일본 매체가 “문 대통령의 방일 의향이 전달됐다”고 전하는 등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자 청와대가 부인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본정부가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줘야 한다”면서 조건을 내걸고 대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초유의 무관중으로 올림픽 경기를 치르게 된 일본정부가 여론을 활용해 청와대의 의중을 탐색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에도 “대통령 방일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면서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 문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뿐 아니라 회담에 따른 성과가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청와대는 다음주쯤 양국간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최종 문 대통령의 방일 하루 전날까지도 양국간 신경전은 계속될 수 있어보인다. 한일 간 거리가 당일 왕복도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데다가 문 대통령으로선 이번 방일이 스가 정권과의 마지막 담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가 총리는 미국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무관중 올림픽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중일 협력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사진=청와대. 로이터
일본은 이날까지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지 않았고, 한일 간 실무선에서 정상회담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8일 총리관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도중 관련 질문에 “문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외교적으로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계기 추진되던 한일 정상회담을 무산시킨 스가 총리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중한 대응’ 정도의 표현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까지 일본은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까지 단행한 이후 한국측에서 만족할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고 수년째 주장해왔다. 최근 지지율이 폭락한 스가 총리가 징용배상판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이다. 따라서 ‘외교적으로 정중한 대응’이란 표현은 그저 인사만 잘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역시 이제 와서 성과없는 한일 정상회담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모든 정상회담이 그렇지만 특히 역사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마당에 조금이라도 관계 개선에 진전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4번째 긴급사태가 발효된 일본을 무리하게 방문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방일했다가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올 경우 대선 정국에서 후폭풍이 클 수 있다.   

일단 청와대가 다음주쯤부터 협상을 벌인다고 한 것을 볼 때 마지막 순간까지 한일 간 물밑 외교전과 여론전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G7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상황에서도 한국정부나 일본정부 모두 다시 정상회담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 양국관계가 부담이라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달렸다. 

만약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다. 2019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이뤄지는 한일정상회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스가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정상 통화를 가진 바 있으며, G7 정상회의 때 처음으로 대면했지만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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