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E-스포츠를 학교 교과로 인정해 선수들이 학교에 다니고, 은퇴 이후 관련 업계 지도자의 길을 넓혀주면 어떻겠나. 이에 맞춰 정부가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했으면 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성인용이 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일어났다. 혁신을 일궈내야 하는 시대에 여성가족부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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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크래프트 성인 게임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며 셧다운제·여성부 폐지론도 동시에 일고 있다./사진=마이크로소프트·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여성가족부 제공 |
연일 여당 거물급 인사들이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 제한을 두도록 한 셧다운제의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야당은 셧다운제 폐지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 전반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게임 업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고,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당황한 눈치다.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당론으로 정한 상태는 아니나 중점 법안으로 다룰 예정이다. 여가위는 게임 산업 육성·실효성 차원에서 셧다운제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3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게임 셧다운제 폐지·부모 자율권 보장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방안이 테이블에 오르며, 게임 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허은아 의원은 "국회와 정부는 솔루션을 찾아야 하지, 규제에 규제를 더해 무조건 틀어막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셧다운제의 실효성은 없고 사적 자유만 불필요하게 침해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 개선 방안에 대해 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 방지와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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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13일 프랑스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아이언 스퀴드2' 예선 한국 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게임 동영상에는 A 선수가 7시간 가량 경기를 진행하던 중 밤 11시 58분 경 "아, 맞다. 셧다운 하는데"라며 'GG'를 치고 퇴장해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사진=트위치 아이언 스쿼드 스트리밍 캡처 |
2012년 10월 13일에는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던 A 선수가 국제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을 서둘러 마무리해 패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아이언 스퀴드2' 예선 한국 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게임 동영상에는 A 선수가 7시간 가량 경기를 진행하던 중 밤 11시 58분 경 "아, 맞다. 셧다운 하는데"라며 'GG'를 치고 퇴장해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
이 같은 규제는 국내 게임사들과 게이머들, 청소년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왔지만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이후 여가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여가부의 입지는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초·중·고생들이 주로 하는 마인크래프트를 성인 게임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마인크래프트는 이름처럼 채광(Mine)과 제작(Craft)을 하는 게임으로, 세계관 내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고 건축·사냥··회로 설계 또는 직접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등 자유도가 높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교육용으로도 널리 쓰여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이를 이용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코딩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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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는 마인크래프트 운영 방침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측의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여성가족부 페이스북 |
여가부는 이런 마인크래프트를 성인 게임으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운영사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책을 바꾼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관련 법규에 따라 한국 내에서만 마인크래프트를 성인 계정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여가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관을 바꿔달라는 입장이다.
20대 남성 B씨는 "애초에 게임을 악으로만 규정해 말도 안 되게 막으려 하니 이 사달이 나는 것"이라며 여가부 방침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20대 남성 C씨는 "잼민이들을 위한 게임인데 잼민이들이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셧다운제를 운영하는 여가부가 셧다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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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홍보 영상'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로 만나는 청와대! (feat. 문재인 대통령 & 김정숙 여사)'/사진=청와대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
청와대는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기념 영상을 만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등장시켜 랜선 특별 초청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게임에 여가부가 19금 딱지를 붙여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성인 게임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한 꼴이 됐다.
여가부의 이 같은 헛발질과 정치권의 반응에 게임 업계는 기뻐하면서도 아랫 입술을 꾹 다문 모양새다. 좋은 일이지만 대표적인 규제 산업계인 만큼 대놓고 웃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굴지의 게임 회사 관계자 D씨는 "정치권이 모처럼 힘을 합쳐 셧다운제 폐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업계의 기대가 크다"며 "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이 대부분이었으나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요즘에는 맞지 않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PC와 모바일을 오가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는 판에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MZ 세대가 투표권을 갖게 돼 셧다운 폐지론도 탄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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