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내가 이미 지나온 길, 누군가에겐 처음 걷는 길, 낯선 길에 서있는 너에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유행기를 맞은 가운데 하늘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제 유가도 2년래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항공업계는 악화된 경영 속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신입 사원들을 채용했다. 특히 이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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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대한항공은 '21 사번'을 받은 신입 사원들이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 '[EP2] 신입사원 적응기'를 공식 유튜브 채널 '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에 게시했다./사진=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 캡처 |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여객사업본부·화물사업본부·항공우주사업본부·정비본부 등에 신입 사원 40여명 배치를 완료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채용 절차를 모두 통과하고도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영난 탓에 입사가 연기됐다.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마친 신입 사원들은 '21 사번'을 부여받고 현업 부서에 배속됐다.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시행 착오를 겪었으나 적응 과정을 거쳐 'A급 사원'이 다 됐다는 전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아 대한항공은 공식 유튜브 채널 '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를 개설해 신입 사원들을 격려하고자 '[EP2] 신입사원 적응기' 제하의 영상을 올렸다.
◇"헉! 고양이!?"
수많은 화물이 오고 가는 인천 화물 운송 지점. 수입 화물팀에 배속된 21 사번 신입 사원 임윤지 씨는 당일 들어오는 물품을 확인하자는 차장 선배의 말을 듣는다. 그녀는 호칭을 헷갈려 부지불식간에 "네 과장님"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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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 선배의 물음에 당황해 하는 화물사업본부 인천 화물 운송 지점 소속 신입 사원 임윤지 씨./사진=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 캡처 |
"체리·반도체 장비도 있고, 고양이 2마리도 수입 물품 대장에 있는데, 화주가 터미널에 도착했는지 확인이 됐느냐"는 차장의 물음에 임 씨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후다닥 형광 조끼를 입고 나간다.
그녀는 잠시 후 다시 자리에 돌아와 털썩 주저앉아 포스트잇에 '개, 새, 고양이', 화주 CTC'를 적고 모니터에 붙인다.
◇"통신 보안(?), 통제 센터 사원 박재휘 입니다"
신입 사원 박재휘 씨는 보안이 철통과도 같은 센터 게이트에 수차례 카드키를 찍고 들어간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선임들이 회의 등으로 자리를 비우며 전화를 잘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통제 센터 박재휘 입니다!"
"아, 여기 제주(공항)입니다. 오늘 1231편 뜰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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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려온 전화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본사 통제 센터 신입 사원 박재휘 씨./사진=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 캡처 |
그는 이해를 잘 못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내 "담당자가 언제 올지 모른다"며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답변하고 한숨을 푹 내쉰다. 전화만 받으면 머리에 스턴이 걸린다며 머리를 긁적이며 괜히 전화기에 화풀이만 해본다.
◇"그게 그거 같은데…"
정비본부 소속 신입 사원 한동훈 씨는 자전거를 타고 항공기 심장을 관리하는 부천 엔진 정비 공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여기 저기 눈치를 보며 엔진 정비 베테랑 박한중 정비사에게 "도와드릴 건 없으시냐"고 물어보지만 "전혀, 괜찮다"는 대답만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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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소켓을 찾느라 방황하는 정비본부 소속 신입 사원 한동훈 씨./사진=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 캡처 |
1인분을 온전히 못해 한 씨는 괜스레 매뉴얼을 보는 척 하는데, 정동원 반장은 "1/4 5/16 딥 쏘켓"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빨간색 공구함을 열어봐도 다 똑같이 생긴 쇳덩이 뿐이다.
무얼 집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 앞에 박 정비사가 나타나 공구를 쥐어준다. 한 씨는 "딥소켓은 절대 까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현장 탑티어 꿈을 키워간다…"후배님들, 힘 내세요"
입사 3개월이 지난 지금, 통제 센터의 박 씨는 일당백이 돼 에이스 자리를 넘본다. 인천 화물 운송 지점의 임 씨는 수입 화물 관리의 마스터가 다 됐다. 한 씨는 공구통의 치수를 줄줄이 다 꿰 대한항공 엔진 정비의 1인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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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3개월 후 업무에 적응해 표정이 밝아진 신입 사원들./사진=대한항공 사내방송채널 대한TV 캡처 |
박재휘 씨는 "힘들었지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윤지 씨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내일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찬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영상이 게시되자 대한항공 인트라넷 '칼맨'에는 선배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한 고년차 정비사는 "신입 사원 적응기편을 보고 옛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소켓 머리에 수성 매직을 칠해 A4 용지에 크기 별로 찍었다"며 "책상·화장실·벽에 붙이고 감을 익혔는데, 1개월 가량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영상 속 신입 사원들이 당황하는 순간들은 해당 직무 신입 사원들에게만 국한되는 에피소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칼맨들의 공감을 사기에 더욱 충분했다"며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머리가 하얘지고, 땀을 흘렸던 경험, 누구나 겪었고 또 앞으로 겪게 될 순간들을 보며 많은 칼맨들의 마음 속에 공감 버튼이 작동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선임 직원은 "오래 전 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며 "낯선 길을 걷는 모든 칼맨들 힘내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렵게 입사한 신입 사원들의 빠른 적응을 돕고 함께 힘을 합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행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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