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구내급식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칼을 빼든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웰스토리에 관련 분야 역대 최고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여서 총수 일가에 대한 회사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 역할 내지는 사익 편취 경로로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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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공정위는 SK그룹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주요 계열사 구내 식당 사업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3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후니드'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계열사들끼리 다 해먹느라 중소 급식업체의 입찰 기회 자체가 상실되면서 공정거래 질서가 저해된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관련 회사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십년 간 이어져 온 구내 식당에 대해 왜 이제 와서야 딴죽을 거냐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들이 구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진행되는 측면이 훨씬 크다.
재계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직원들이 구내 급식 수준이 좋아 회사에 다닌다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급식의 질이 떨어져 퇴사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밥맛 좋은 곳에 대한 애사심도 깊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이는 업무 효율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만큼 공정위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급식의 질을 떠나 중소 급식 업체들은 대기업 식수 인원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회사마다 규모가 제각기 다른 만큼 영세 급식 업체로 하여금 수만명의 식단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사업장을 맡도록 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일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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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기내식 공장 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유튜브 채널 GLEAM music '대한항공 (KOREAN AIR) film'편 캡처 |
승객들이 여정 내내 쫄쫄 굶어 '라마단 항공 대참사'로 회자되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2만~3만식을 필요로 하지만 당시 임시 지원에 나선 샤프 도 앤 코의 기내식 제공량은 3000식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업무 과다로 샤프 도 앤 코의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던 사실을 경쟁 당국은 되돌아봐야 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타파하겠다며 국토교통부와 협업해 대기업들에게 물류 개방도 요구하고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전문 중소 물류 기업 육성이 명분이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대기업들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문 중소 물류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지만 인위적인 일감 나눠주기는 기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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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물류 창고/사진=CJ대한통운 제공 |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불공정하게 물류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프레임을 짜놓고 결론을 내려고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는 전혀 쉽지 않다. 이 같은 판단에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대기업들을 겁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대기업들이 물류 자회사를 설립한 건 짭잘한 수입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사업상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목적이 있다. 요즘 물류업은 IT 분야와도 면이 닿아있다. 대규모 투자를 요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들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시스템 통합(SI) 분야에 대해서도 간섭을 일삼고 있다. 이는 헌법적 가치인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하는 국가 차원의 재산권 침해 행위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SI 자회사들도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규정해 관련 분야 개방 압박을 가하는 것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다. 대기업 계열사간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SI는 보안과 안전성에 존재 의미가 있다. 계열사 보안 프로그램 개발과 빅데이터 수집, 인공지능(AI) 관련 정보 수집 역할도 맡고 있어 SI 계열사는 중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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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SK텔레콤 제공 |
경쟁 당국은 이런 SI 자회사의 특성을 간과 내지는 무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인데 경제 민주화·공정 경쟁의 이념에 함몰된 586 운동권의 반기업, 반자본주의적인 시각과 이념적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자주 사용하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단어는 전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대기업들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함의를 지녔기 때문이다. SI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 기밀을 만천하에 드러내라는 꼴이다. 공정위는 책임지지도 못할 일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공정위가 '이현령 비현령' 식의 정책들을 강행하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 그 자체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권 하 공정위의 기조는 실체 없는 반기업·재벌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기업을 악의 집단으로 규정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반시장적 정책은 당장 멈춰야 한다.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감시·감독하도록 조직된 기관이지, 절대 기업들에게 훈수를 두기 위해 세워진 게 아니다. 경쟁 당국이면 그에 걸맞게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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