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과 현대자동차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과 임금협상(임협) 교섭 타결유무가 오는 27일 결정된다.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찬반투표가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노조)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한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현대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은 27일 하루 동안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두 회사의 올해 교섭 타결 여부가 같은 날 결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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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사진=미디어펜 |
양사 모두 노조 내부적으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과를 쉽게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집행부는 일단 사측과 잠정합의를 도출한 만큼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현장 제조직들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월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중앙 쟁대위 속보를 통해 "이번 임금·성과급 지급율은 역대 어느 집행부가 쟁취한 결과물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신산업에 투자되는 61조 재원 울산, 전주, 남양, 아산 등 국내공장에 우선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고용안정 미래협약'을 이끌어 낸 부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라며 조합원들의 동의를 호소했다.
하지만 집행부를 견제하는 노조 내 정치세력인 강성 현장 제조직들은 현대차가 올해 최고 실적이 예상되니 더 높은 금액을 받아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부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사무·연구직 저연차 사원들은 여전히 다른 대기업에 임금수준이 낮은 데다, 그동안 요구해 온 '성과에 따른 성과급 분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이다.
27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현대차는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반면 부결되면 여름휴가 전 타결은 무산되고 재교섭 과정에서 노조 파업 돌입 등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상태라 언제든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해봐야 실익도 없고 사회적 지탄만 받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집행부는 "파업을 통해 출혈을 감수할 만큼 실익도 없고, 반도체 부품공급 차질로 파업 강행 시 사측만 이롭게 할 뿐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차 조합원 자신들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해 안티세력으로 낙인찍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내부적으로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 2년간 교섭 장기화로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올해는 휴가 전 마무리 짓자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기본금 인상폭과 일시금 액수가 부족하다는 반발도 있다.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3만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일시·격려금은 450만원 지급 등이다. 일시·격려금의 경우 합의안 타결 즉시 250만원을 지급하고 올해 12월 31일자로 나머지 200만원을 지급한다.
현대차 잠정합의안과 비교해 액수 차가 크지만, 한국지엠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올해도 생산차질 등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보여 올해 상반기에만 3조54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현대차와 직접 비교는 무리다.
다만, 노조 집행부가 올해는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의 반등기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임단협을 올해들어 마무리 한 만큼 올해 임단협은 조기에 마무리하고 회사를 먼저 생각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 임단협 타결 여부는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아의 임금협상(임협)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다음 날인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과 중노위 쟁의조정 중지 결정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으로 파업권 확보는 시간문제다.
통상 현대차와 기아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 임금성 측면에서는 동일한 수준에 교섭을 타결해왔던 만큼, 현대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기아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우선 현대차 합의 내용을 기준으로 별도요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교섭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 기아 노조는 파업권 확보와 함께 현대차 노조와 연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기아 노조 집행부는 이미 현대차 노조와의 연대 투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라 최악의 경우 금속노조 지부가 교섭권을 가진 완성차 3사가 모두 파업에 휘말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이번 찬반투표는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를 살펴 볼 수 있는 중요한 결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여름휴가 이전, 늦어도 추석 연휴 이전 교섭을 마무리하던 루틴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어긋나 연말, 혹은 해를 넘겨서까지 교섭이 이어지며 노사 모두 피로도가 높은 상태다"며 "올해는 대내·외 상황이 어려운 만큼 교섭을 조기 타결해 실적 개선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목표가 있는 만큼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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