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영민 미디어펜 산업부장 |
[미디어펜=김영민 산업부장]국민 3명 중 2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원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는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에서 받은 유죄를 씻어주자는 의미가 아닌 현 경제 상황에서 그의 필요성이 만들어낸 국민여론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있다.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로부터 받은 8·15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미 전체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특히 그동안 사면이나 가석방에 부정적이었던 여권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사면이 싫다면 가석방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
이는 여권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이 부회장의 죄를 면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이 부회장의 복귀를 통해 K-반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한국경제의 버팀목을 더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나오더라도 곧바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형 집행 종료 예정일은 내년 7월이다. 앞으로 1년간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쪽 짜리 복귀나 마찬가지다.
재계는 물론 경제5단체, 종교계 등에서는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지난 5월 19조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을 세우고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굵직한 사안이다보니 총수 부재로 인해 2개월이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인텔, TSMC는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이 멈춰 있는 동안 경쟁사들은 한발씩 전진하며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결국 K-반도체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나름의 투자 계획을 통해 한국, 미국 등에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총수 부재 상황에서 실제 실행은 더디기만 하다.
또한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등 삼성그룹의 현안 해결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도 2016년 11월 전장업체 하만 인수 후 맥이 끊겼다.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미래먹거리 확보에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총수 부재는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K-반도체, K-배터리, K-방역 등 핵심 분야에서 삼성의 역할이 축소되고 경쟁국에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 부회장 사면을 반대한는 측에서는 "이재용 없다고 삼성이 안 돌아가냐"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삼성은 돌아간다. 하지만 기업은 현재 상황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는 커녕 생존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삼성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와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의 미래 투자는 그야말로 총수의 판단이 중요하다. 당장의 실적에만 몰두하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 총수의 몫이다. 삼성이 앞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에서 선전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 가석방을 통해 앞으로 1년 이상 한쪽 발을 묶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면이라는 묘수를 던져야 한다. 이것이 한국경제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