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여자양궁 국가대표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페미니스트 논란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여성계와 정치권까지 나서 안산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그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안산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산이 과거 SNS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는 단어들을 썼다는 게 그 이유다. 안산이 사용한 '웅앵웅',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은 워마드, 메갈리아 등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단어.


   
▲ 사진=안산 SNS


이 중 대표적인 '웅앵웅'은 과거 한 트위터 유저가 영화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모습을 표현한 데서 유래됐다. 주로 워마드·메갈리아 등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쓰인 단어로, 과거 몇몇 연예인이 해당 용어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인 뒤 사과한 바 있다. 래퍼 산이는 '웅앵웅'이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하며 변질된 페미니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산의 페미니스트 논란은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며 치열한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페미니스트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의 "여대에 숏컷. 페미 조건을 갖췄다"는 글 내용이, 안산에게 직접 숏컷의 이유를 물어본 네티즌의 댓글이, 안산이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다는 보도로 이어진 것. 남성 커뮤니티에서 안산의 금메달 박탈을 요구했다는 네티즌의 주장도 아무런 팩트 체크 없이 보도돼 이번 사태의 논점을 흐리게 했다. 한마디로 숏컷 여성이 무분별하게 공격받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짜였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논란의 중점은 안산이 남성 혐오 단어를 사용한 것과 그가 소위 '극단적 페미니스트'인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숏컷을 문제 삼는 남성들로부터 억울하게 테러당하는 안산을 지키자는 캠페인으로 번졌다. 수년간 심화된 성 대결과 혐오 문제, 비뚤어진 언론 윤리 등 사회의 어두운 초상을 보여준다. 슬픈 촌극이다.

안산은 30일 오전 개인전 16강에 나선다. 한국 양궁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을 노리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본인이 답하기만 하면 된다. 쇼트트랙 선수 서이라도 일베(극우 커뮤니티) 용어를 잘 모르고 사용한 뒤 해명과 사과를 했고, 양궁선수 이우석 측도 일베 유저 의혹에 장문의 해명글을 전한 바 있다. 선수의 행실·가치관·자질이 궁금한 것이 여론이지, 숏컷이 싫고 사상을 검증하기 위해 생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편승해 옳은 소리 보태는 여성계와 정치계·연예계, 초점을 잘못 맞췄다. 성 갈등을 심화시키는 남성 혐오주의, 여성 혐오주의 모두 배척돼야 한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이자 성인인 안산이 한 인격의 주체로서 혹시 그것에 일조하고 있는지, 여론은 궁금해하고 걱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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