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가 이번주부터 축소 실시하기로 한 연합훈련이 최근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한미훈련의 연기를 요구한데 이어 중국도 거들고 나서 향후 한미훈련에 대한 북한의 대응 수위에 따라 한반도 주변 정세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연합군사훈련에 돌입한다.
CMST는 국지도발·테러 등 상황을 가정한 우리 군의 대응훈련으로서 통상 한미훈련 직전에 진행된다. 사전연습에 해당하는 CMST 이후 한미 양국 군이 함께하는 본 훈련 격인 CCPT를 이어가는 것이다. 만약 국지도발로 인한 CMST 기간 중 위기 상황이 격상되면 한미가 함께 북한군의 남침을 방어하는 개념이다.
올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정부의 대화 제안을 거부해온 북한의 태도로 인해 유난히 주목받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됐고, 통일부는 공개적으로 “한미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통신선 복원 이후 통일부는 남북 화상회담 시스템 구축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를 내고 “한미훈련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것”이라며 훈련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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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북한이 13개월만에 통신선을 복원하고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보인 상황에서 정부와 전문가 일각에선 한미가 훈련 연기로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미훈련을 강행하면 북한이 군사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통신선 복원을 중요 변곡점으로 보고, 남북관계 개선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권에선 한미훈련을 축소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김여정 하명에 즉각 복종했다”면서 “국방주권을 포기한 이적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도 한미훈련을 둘러싸고 양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 소속 60여명의 의원이 한미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연판장에 서명하자 송영길 당대표는 “한미 간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미 군 당국은 16일 본 훈련 시작 직전에 이번 훈련의 시기와 규모 등을 공동 발표하고, 그동안 관례에 따라 북한-유엔군사령부 직통전화로 북측에 훈련 일정과 성격 등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선 본 훈련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폴 라캐머러 신임 연합사령관이 지난달 부임 이후 맞이하는 첫 한미훈련으로 통상 사령관이 한미훈련을 통해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에도 한미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은 물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한반도 평화 등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한미 양국간 협의 중이란 입장을 보였다. 비록 상반기보다 축소됐지만 한미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예고한 ‘절망’이 어느 수위로 표출될지 주목된다.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적이 없다”고 말해 한미훈련의 ‘축소’엔 관심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도 있다.
일단 ‘김여정 담화’가 있었던 만큼 저강도 무력도발을 예상해볼 수 있다. 또 그동안 체제 결속에 집중해 온 북한 당국이 한미훈련을 빌미로 ‘대남 비난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5일 함경남도 일대에 내린 폭우로 제방이 붕괴되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수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긴급 대응에 분주한 북한 당국이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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