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업계 1위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혁신을 등에 업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기존 은행과의 역차별 지적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금융사들의 방어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경영목표인 '디지털 넘버원 도약'을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부문에 대한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 회장은 금융업의 판도가 이전과 달리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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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
실제 플랫폼과 IT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확산되고 있는 비대면 문화는 기존 금융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대형 금융사들의 디지털 금융전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영업방식과 조직문화를 그대로 답습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기 위해 손 회장은 디지털 금융 전환에 앞서 먼저 그룹 모든 임직원에게 '디지털 마인드'를 갖출 것과 디지털 관련 '열공'을 주문했다. 디지털 금융 전환이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 만큼, 해당 분야 업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와 마인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그룹 경영진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디지털 분야 실무 담당자들과 디지털 관련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매월 2회씩 '디지털 인사이드' 특강을 통해 디지털 전문분야인 인공지능, 클라우드, 마이테이터, 빅데이터, 페이먼트 등 다양한 디지털 트렌드의 이론과 사례를 살펴봤다.
우리금융은 임직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디지털 리버스멘토링' '우리디지털인사이트' 'KT와 빅데이터·AI 공동연수'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특강을 통해 손 회장과 경영진들은 실무에서 근무중인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디지털 분야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학연계를 통해 직원들의 디지털 신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문화 확산뿐 아니라 고객을 위한 비대면 금융상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대출 전(全)과정이 비대면으로 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상품(우리원주택대출) 출시에 성공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 비대면 주담대 상품이 출시돼왔지만,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이 100%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품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주택구입과 대환대출, 생활안정 등 자금 용도에 대한 구분이 없으며, 부부 공동명의이거나 기존에 대출이 있는 주택 등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에도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보유 주택수 확인을 위한 세대원 동의절차도 미성년자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모든 과정이 모바일로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자등기 시스템 구축 덕분이다. 통상 주담대는 여타 대출과 달리 주택에 대한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 등에 따른 복잡한 서류 절차로 인해 한번은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지만, 전자등기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번거로움을 없애고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선호고객을 위해 맞춤형 밀착관리서비스(원컨시어지)도 선보였다. 모바일에 익숙한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우리원뱅킹에서 전담직원 1대1 매칭을 통해 고객군별 맞춤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우리은행은 향후 고객 대상도 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에서 100% 모바일로 취급되는 대출상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대출상품은 특히 은행권에선 비대면으로는 취급하지 않던 대표적인 상품인데, 이를 깨고 비대면화를 성공시켰다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깬 혁신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며 대형금융사의 디지털 금융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금융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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