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부동산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선 "잔금일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대출을 끊으면 길바닥에 나앉으라는 거냐"라는 격양된 반응과 함께 대출 공백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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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농협은행은 24일부터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전면 중단한다. 또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을, SC제일은행은 일부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이 대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결정한 것은 대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당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의 전년말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달 기준 7.1%를 기록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증가율은 2%대이고, 하나은행은 4.4%다.
농협은행의 대출중단 사태로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전날 "타 은행으로의 대출 중단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농협은행의 주담대 취급중단 조치는 당초 목표치를 크게 초과한 농협은행 등이 계획 준수를 위해 취한 조치"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국의 은행 대출 규제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라는 칼을 빼 들었지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은행은 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대책을 선택했고, 그 결과 당장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하겠다"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터라, 대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은행 창구에선 이번 조치로 발등이 떨어진 이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세입자를 내보낼 용도의 전세금반환대출금 마련과 전세 계약 또는 새집 매수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일선 은행 창구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타 은행으로 갈아타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어떤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 창구를 찾는 실수요자가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여기에 대출이자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이들도 창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도 "주거래 은행에서 돈줄이 막혔다"며 대출문의와 함께 집값 폭등을 초래한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작성자는 "주거래 은행에서 돈줄이 막혔다"며 "대출을 받으려면 23일까지 접수가 완료돼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대출을 중단하는 바람에 타 은행 대출을 알아보러 연차를 내야 할 판이다"고 적었다. "집값은 있는 대로 폭등시켜놓고, 대출은 막아버리면 길바닥에서 살라는 것이냐"며 "청렴하신 고위공직에 있는 분들은 10억 대출도 쉽게 나오던데, 서민들이 집 한 채 사려고 하니 배가 아픈 모양이다"고도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새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는 케이스가 가계대출 상승의 주범으로 고승범 내정자가 가장 싫어하는 사례일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강남 노른자 땅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신 고 내정자 역시 시쳇말로 당시 영끌이 뒷받침됐기에 압구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었다"며 내로남불 비판을 벗어나긴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률적인 잣대로 무조건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말 꼭 필요한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금융당국이 나서 다른 은행으로의 대출 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총량 규제로 인한 불안감은 대출 가수요 등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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