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정부를 돕던 아프가니스탄 현지 협력자들과 가족 390명이 26~27일 이틀에 걸쳐 무사히 입국에 성공한 ‘미라클 작전’은 탈레반의 카불 진입 15일 전 주 아프가니스탄대사관에서 이들의 여행증명서를 준비하면서 시작됐다.
한국대사관이 아프간정부에 한국 이송 대상자들의 여행증명서를 요구하자 ‘만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이런 상황이 서울에 있는 외교부로 보고됐다. 외교부 직원들은 즉각 주말에 출근해서 여행증명서를 만들었고, 22일 외교행랑에 실려 카불 현지로 전달됐다.
아프간 협력자들의 이송을 돕기 위해 대피지인 카타르에서 다시 카불로 들어갔던 김일응 주 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은 27일 언론과 가진 화상 브리핑에서 “당시 카불에 안 들어가면 협력자들을 확인할 사람도, 대행할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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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이송을 지원한 김일응 주아프간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송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1.8.27./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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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아프간에 남은 마지막 교민 1명과 함께 17일 갑작스럽게 카타르로 철수해야 했고, 카불을 떠나기 전 한국 이송을 약속했던 협력자들에게 “반드시 돌아와서 구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먼저 ‘미라클 작전’을 성공시킨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게 된다 안된다 생각을 안해본 것 같다. 되든 안 되든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도 다 하는 것을 한국도 해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됐구나 생각했다. 그게 제일 기쁘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 참사관은 구출해야 하는 아프간인들과 만나기 직전 카불공항 정문을 사이에 두고 꼬박 이틀동안 불안에 시달렸던 시간을 가장 힘든 시간으로 기억했다.
당시 50인승 버스 6대에 나눠탔던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감시 속에 14시간 이상 버스에 갇혀 있어야 했다. 에어컨도 없는 버스 안에서 갓난아이를 포함한 어린이만 절반을 차지하는 364명 아프간인들은 두려움 속에서 먹고, 마시지도 못한 채 꼬박 밤을 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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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24일 카불 공항에서 재회한 대사관 현지 직원을 포옹하고 있다. 2021.8.24./사진=외교부 |
이들은 25일 동틀 무렵에서야 카불공항 정문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원래 탈레반과 미국측이 조율해서 버스가 정문을 통과하는 시간을 24일 오후3시30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버스 이동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이들은 정체되는 버스 행렬 속에서 두려움을 견뎌야 했다. 더구나 불과 이틀이 지나 26일 자살테러가 벌어졌으니 아찔한 상황이었다.
아프간에서 전달된 현지 사진 속 우리 외교관과 한국대사관 경찰 경호단장이 ‘KOREA'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한국으로 이송할 협력자들을 찾던, 수천명의 아프간인들이 모인 애비게이트에서 26일 IS의 자살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 아프간인도 최소 60명이 사망했고, 143명이 부상했다.
김 참사관은 “버스 안에 갇힌 아프간인들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이들은 울고 있었고, 모두 많이 불안해했다. 간혹 탈레반이 일부 버스를 돌려보내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버스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나를 비롯한 대사관 사람들도 꼬박 밤을 샜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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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 외교관과 한국대사관 경호팀장이 한국행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2021.8.26./사진=외교부 |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인들이 갖고 있던 증명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인 점을 이유로 들어 이 버스를 막았고, 그래서 김 참사관이 원본 증명서를 갖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탈레반이 ‘나올 것까지 없다’고 해서 버스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참사관은 “이번에 한국에 오신 아프간인들은 대부분 바그람 미군기지 안에 있는 한국병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당시 1차 신원조회가 끝났고, 미군도 신원 확인을 한 바 있고, 특히 5~8년씩 함께 근무해온 충분히 검증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테러조직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확신했다.
또 그는 “탈레반은 이들을 20년 전 자기들을 몰아냈던 미국과 그 우방국의 협력자로 보고 복수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이송 작전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절실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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