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대만·말레이 등 각국, 차례로 기업 결합신고 허가
공정위, 당초 6월 초 M&A 연구용역 종결…10월로 미뤄
일각선 "공정위 전문성 부재 탓 늦어진다" 지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신고에 대한 세계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이 차례로 나고 있는 가운데 필수 신고국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해 미국·일본 등지에서도 차례로 밀리고 있다.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관계 기관의 조속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말레이시아 항공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업 결합 승인 절차를 통과했다. 말레이 항공위는 합병 추진이 재정적으로 회생이 불가한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판단, 현지 경쟁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앞서 대한항공은 올해 초 터키 경쟁국(TCA)과 필리핀 경쟁위원회(PCC), 태국 거래위원회(TTC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승인을 얻어냈다. 필리핀·태국 정부는 "검토 결과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마친다"고 밝혔다. 4월 대만 공평교역위원회 역시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절차를 종결했다. 

이를 미뤄보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는 세계적으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한국 공정위 입장은 아직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2월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 발주를 계약했다. 이 기한은 6월 초로 돼있었으나 돌연 10월 말로 연장됐다. 이 같은 공정위의 입장 선회에 따라 2024년 1월 통합 대한항공을 출범시키고자 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위 결정이 지연되면 나머지 국가들의 기업 결합 승인도 줄줄이 미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 비용도 계속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경영난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 벤처(JV)에 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전례가 있다. 반대로 미국 연방 교통부(DOT)는 "두 항공사 간 협정이 공익을 해치지 않고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에 반독점면제권을 부여했다. 독과점에 의한 소비자 편익 훼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공정 경쟁과 관련, 대한항공은 지난달 주채권자 한국산업은행의 검토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 계획(PMI)'을 확정지었다. 여기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한진칼의 행위 제한 이슈 해소 방안 △고용 유지 △단체협약 승계 방안 △지원사업 부문 효율화 방안이 포함됐다. 산업은행에 PMI를 낸지 4개월 만이다.

특히 공정위가 들여다 볼 법한 운임 인상 억제 방안도 명시됐다. 통합 대한항공 법인은 자사 점유율이 높은 노선은 운임관리대상 노선으로 선정해 관련 자료를 국토교통부 운임 심사 담당 부서에 제출해 검증받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체결한 약정에 따라 설치된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해 PMI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독한다. 이 같은 2중, 3중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경쟁 당국이 승인을 지연시키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M&A 지연에 따라 일정 기간 내 비행을 하지 못한 조종사들의 면허 만료 등의 문제 해결도 시급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부담을 느껴 차기 정부로 양대 항공사 M&A 공을 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통합 지연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 모두 어려워지길 바라느냐"며 "전문성 부족을 기관의 권위와 시간 끌기로 버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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