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프레임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여권은 일찌감치 ‘윤석열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으며, 야권은 정치공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박지원 게이트’로 응수했다.
차기 대권을 앞두고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의 ‘블랙홀’로 자리 잡으면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긴장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의 모든 시선도 이번 의혹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윤 전 총장이 검찰 조직을 동원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당력을 집중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야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반발하는 데 대해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분들이 이제 와서 '기습 남침'이니 '괴물 공수처'니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며 윤 전 총장이 직접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정치 검찰의 고발 사주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는 국정원장까지 끌어들여 황당한 물타기를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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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박지원 원장을 끌어들이며 '정권차원의 음모' 운운하는데, 낯익은 구태정치 그대로를 답습한다"고 지적했고, 정세균 후보는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로 범죄를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제보자 조성은 씨가 고발사주 의혹 보도 전 박 원장을 만난 것을 고리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박지원 게이트'에 대한 즉각적 수사 착수와 함께 박 원장 해임까지 거론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최고위에서 “박 원장은 조 씨와 공모 의혹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해명이 불충분하면 야당은 국정원장의 사퇴나 경질을 요구하겠다.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국민이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언급하면서 “박 원장께서 거취 표명을 포함해서 어떤 식으로든지 국민들을 안심시킬 만한 조치를 해야 된다.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여권이 관권을 동원한 정치공작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며 "(조 씨와 박 원장) 둘의 커넥션이 '박지원 게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사건이 불거진 배경이라는 강한 의심을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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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최재형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정권의 정치공작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윤석열 예비후보 선거캠프 제공 |
윤 전 총장 대선 캠프는 이번 사안을 "국정농단 행위"라고 규정하고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위' 1차 회의를 열어 정면 돌파에 나섰다. 장제원 상황실장은 “조 씨는 박 원장의 사실상 정치적 수양딸”이라며 박 원장을 13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권주자들 간 공동대응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만나 “공수처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현 시국에 대한 인식은 정말 같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야가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이번 의혹이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치 공방이 길어지면 9월 정기국회의 민생 법안 심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당장 이날부터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에서도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긴급 현안질의 개최와 함께 국회 대정부질문에 반드시 국정원장을 출석시켜야 한다"며 "공수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치공작 의혹부터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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