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의 대화 촉구에도 불구하고 무력도발의 길로 나설 조짐이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지 사흘만인 15일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그날 밤 ‘김여정 담화’를 통해 ‘미사일 도발’이라고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처음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6일 전날 12시 34분경과 39분경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에 대해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중부 산악지대에서 기동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면서 “지난 1월 개최한 8차 노동당대회에서 정한 새로운 국방전략수립의 일환으로 철도기동미사일연대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마침 같은 날 오후 문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첫 발사시험이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이날 KF-21 보라매에 탑재될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능력과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능력도 과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직전에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았고, 마무리발언에서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우리는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첫해 중점과제 수행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따라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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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2021.9.16./평양 노동신문=뉴스1 |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방을 헐뜯고 걸고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 김 부부장은 특히 문 대통령의 ‘도발’이란 발언에 반발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예고했고, 특히 8월 한미연합훈련 진행에 대해 북한은 ‘김여정 담화’와 ‘김영철 담화’를 잇달아 내고 “남한이 시시각각 엄청난 안보위기를 느끼게 해줄 것” 등의 말로 경고한 바 있어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새로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외교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선언 계승 선언이 있었음에도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무력 증강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크게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들의 입지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추가 도발을 예고한 아슬아슬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가 완전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남북 간 군비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지 말고, 시비도 걸지 말라고 문 대통령에 대해 경고한 것인데 이는 향후 연속적인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결국 북한은 대남, 대미관계와 관련해 대화를 모색하기 보다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 강화가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물론 이런 갈수록 위협적인 군사력 시위는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데, 즉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동시에 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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