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신한카드 가맹점계약은 연장했지만 복합할부 취급은 중단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가 자동차복합할부를 놓고 으르렁대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해진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넘을 수 없다며 시비를 하는 모양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에 의한 수수료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반면 카드사는 복합할부 시장이 형성된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복합할부 시장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8654억원에서 2013년 4조5905억원으로 급증했다. 연간 이용자수도 연간 15만명에 이른다.
현대차를 구매할 때 복합할부 상품을 이용할 때 캐피털사의 금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자 절감액과 캐시백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든든한 후원군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카드사에서는 복합할부 계약 연장에서는 서로 가맹점 재계약은 하되 복합할부는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복합할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간 복합할부 운영의 필요성이 없다고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면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도 포기하게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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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가 자동차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율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 1월부터, 신한카드는 이달 26일부터 현대자동차와 가맹점 계약은 유지하되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자동차복합할부상품은 이름처럼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자동차를 구매할때 고객이 카드로 결제를 하면 캐피탈사에서는 결제대금을 곧바로 지급하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지불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자동차사로부터 받은 가맹점수수료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딜러, 고객이 나눠갖는다.
즉 현대차가 차값의 1.9% 카드 수수료를 낸다고 했을때 이중 0.33%는 카드사가 갖게 되고 0.2% 고객에게 캐쉬백 형태로 돌려준다. 남은 1.37%는 캐피탈사 몫으로 0.37%는 고객혜택으로 1%는 딜러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에 자동차사가 보기에는 자신들이 부담한 가맹점수수료를 가지고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나눠갖고 고객에게 생색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차는 복합할부가 신용공여기간이 2~3일 정도로 짧아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체크카드와 유사해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으로 인하해야한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비씨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이 적용했던 1.9%의 수수료율에서 이들의 체크카드 수수료 수준인 1.3%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복합할부 비중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수수료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수수료율 낮출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복합할부 상품으로 인한 수수료 지출이 없다면 비용들이 세이브 돼 고객들에게 판촉이나 이벤트 등 영업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전환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현대차에서 제시한 수수료율은 적격비용 이하이며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인 1.5% 이하로 인하할 경우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에도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현대차와 협상을 진행해왔던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는 결국 입장차를 보이며 복합할부 상품은 취급을 하지 않게 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결제 거부 상황이 되면 더 큰 피해가 예상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기존에 있던 상품도 복합할부 상품과 유사한 구조이며 이자율도 같은데다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들이 있어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복합할부 상품이 없어도 결제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이 많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동차복합할부 전체 시장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포기하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하는 카드사들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내달 19일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둔 삼성카드의 경우 취급액 규모가 1조3000억원 가량으로 현대카드(1조9000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아 협상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몇 조원에 달하는 시장의 규모가 형성됐다는 것은 결국엔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선택받았다는 것"이라며 "복합할부 시장의 존폐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