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진행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여야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법조계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연루되면서 최종 향배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다. 여기에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에도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가 거론되면서 의혹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선 직후인 2015년 판교 대장동 개발을 민관 합동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구조를 설계하고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역할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설계는 이 지사가 했다고 본인이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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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는 유동기 기획본부장, 김문기 개발사업처장, 정민용 전략사업팀장 등이 사업을 주도했다. 유 씨는 이 지사의 측근 3인방 중 ‘장비’로 언론에 묘사됐다.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는 기자 시절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를 인터뷰 했고, 천화동인 4호 대표인 남욱 변호사는 서강대 후배인 정민용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하도록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천화동인 1호 대표인 이한성 씨는 이 지사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영향력이 막강한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역시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를 맡았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가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확인됐다.
대장동이 지역구였던 신영수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장동 공영개발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생은 민영개발 전환과 관련해 뇌물을 받고 구속됐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대장동에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의 공격 목표로 지목됐다. 다만 나 전 원내대표는 "해당 토지는 결혼하기 전인 1988년에 취득한 것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토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송전탑이 설치돼 있어 매매 및 이용이 불가능해 투자가치가 전혀 없는 토지"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가장 아픈 부분은 탈당한 곽상도 의원이다. 곽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했으며, 퇴직금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에서는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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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9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여야 모두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되면서 양측의 공방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이 지사"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을 계기로 역공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화천대유는 누구 거냐고 하는데, 국민의힘은 자기들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에게 준 뇌물로 보는 게 국민상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치킨게임은 결국 당장 진상규명보다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 논란으로 반격의 계기를 마련한 만큼 굳이 특검에 응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압박을 통해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을 대선까지 끌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중진이자 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특검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사실 (야당이) 시간을 질질 끌어 대선까지 넘어가서 활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노파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솔직히 못 할게 있나 생각한다. 어차피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특검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뒤 “최단기간 내 정치적으로 합의 봐서 할 수도 있다. 오히려 그것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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