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각 상임위에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팻말vs민주, "팻말 치우기 전엔 감사 안해"
여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두고 국감 첫날부터 난타전...앞으로의 국감 일정 험난 예상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시작된 국정감사(국감)에서도 여야는 대장동으로 맞붙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각 상임위원회 국감장에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팻말을 치우기 전엔 감사를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개회한 법사위·정무위·교육위·과방위·외통위·행안위·문체위 국감은 채 1시간도 안돼서 모두 중단됐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여당의 제1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며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냐. (팻말을 들려면) 여야 간사가 협의를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기본 예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이재명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문구를 준비하고 있다. 2021.10.1/사진=연합뉴스

곽상도 의원이 속한 국회 교육위원회도 한 시간도 안 돼 감사를 중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곽 의원은 아들이 50억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250만 원 월급쟁이로 둔갑시켜 청년을 기만했다"며 "곽 의원의 국정감사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스타항공 배임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에 대해서는 사퇴나 제명을 한 마디라도 한 적 있냐"고 받아치면서 내내 갈등만 벌였다. 

경기도청을 피감 기관으로 둔 행정안전위원회 국감도 고성 끝에 24분 만에 파행했다. 민주당 간사 박재호 의원은 "피켓 갖고 이러는 모습도 우습다"며 "하루종일 (피케팅을) 한다고 하면 바깥에 나가서 하시든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감장을 나가라니 무슨 말이냐", "행안위에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소관 부처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어 대장동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격론이 예상되는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등 손팻말을 테이블에 부착하면서 민주당과 공방을 벌였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국정감사를 정치적 슬로건 아래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재명 지사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대법원과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 구호를 노출해 국감을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여당도 늘 이런 식으로 해 왔던 것"이라며 "이걸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감방해"라고 반박했다. 전주혜 의원은 "대장동 게이트에 전임 대법관도 연루돼 있다"며 "민주당도 2017년 국감장에서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게시물을 들고나온 적 있다"고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공방으로 멈췄던 법사위 국감은 한 차례 정회 후 회의를 속개했지만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대장동 공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위원장이 국정감사 개의를 알리고 있다. 2021.10.1.사진=연합뉴스

먼저 이재명 경기자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 사건의 무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두고 여야는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 후 이 지사가 ‘설계’한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취업해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일제히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은 재판 거래와 사후 수뢰 의혹이 짙다"며 "당시 판결 합의(논의) 과정이 담긴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재판 (결과)에 이르게 된 합의 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며 "재판연구관 보고서는 재판 기초가 되는 내부적 자료에 불과하다.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출을 거부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민생문제는 뒤로한 채 대장동 공방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한달 남짓 남은 국감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