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교수 “북, 선 남북관계 후 북미대화 입장 내비치며 남에 공넘겨”
“강온전략에 진정성 없을 경우 부작용 커,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분기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전면에 나서 한미에 대해 ‘대화’와 ‘무력’을 동시에 압박했다. 김 총비서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나서 ‘10월 초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발표한 다음날인 30일 새로 개발한 지대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특히 지금까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로 주장해왔던 이중 잣대 및 적대시정책을 철회 요구를 김 총비서가 직접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금 시점에서 메시지 발신을 강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와 대화 메시지 발신을 반복하면서 미국과 남한을 분리하는 ‘통남배미’(通南排美)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은 28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에 30일 신형 반항공미사일 등 9월에만 4번째 미사일을 시함발사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위는 올해 들어 7번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대남·대외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서 정세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그동안 김여정 담화 내용이 자신의 생각임을 드러내면서 남한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총비서는 남북통신선 복원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말 것을 주장했고, 남한에 도발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도 밝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내년 남한의 대선 국면 등을 고려해 북한이 대남 관계를 유화적으로 전개하고자 하는 의지기 읽혀진다”고 평가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2021.9.30./평양 노동신문=뉴스1

양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통신선 복원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남한의 의지를 테스트하려 할 것이다. 남한의 태도 및 조치 여하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베이징동계올림픽 또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해선 좀 더 적극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남한정부를 움직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외교적 관여, 전제조건 없는 대화만 제시할 뿐 적극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비판했다”면서 “특히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지적하는 등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는 미사일 발사 등을 지속함으로써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고 미국이 적극적인 협상책을 제시하라는 태도이며, 남한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 남한이 미국의 행동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데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라고 하는 것이다. 2018년 방식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선 남북관계 후 북미대화’의 입장을 내비치며 우리에게 다시 공을 넘겼으므로 정부는 우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정지작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북한의 강온전략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거나 일방적인 태도변화 요구, 대화 중단과 위협 반복 등으로 나타날 경우 오히려 신뢰회복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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