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내 반발에 예산 집행 거부
비대위 "대자보·현수막 게시·1인시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도록 하는 성공회대학교 내 '모두의 화장실'이 추진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학내 뜨거운 논란에 직면했다. 성공회대 측이 교내 구성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유보 입장을 보이자 학생 단체는 학교 측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 성공회대 전경 /사진=성공회대


4일 연합뉴스는 성공회대 학생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가 지난 5월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운영 계획을 심의하면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진 전체 학생대표자 회의에도 해당 안건 심의가 이뤄졌고, 화장실 설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다수의 의견이 모였다는 전언이다.

비대위는 심의 결과를 근거로 학교 측에 여름 중 학교 건물 한곳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예산 집행을 하지 않음에 따라 당초 계획은 엎어졌다. 이후로도 진전이 없자 비대위는 지난달 두 차례 인권개선협의회를 열고 학교 측에 실행을 촉구했지만, 학교 측은 비대위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 반발이 심해 쉽게 공사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비대위가 학내 구성원 502명을 대상으로 모두의 화장실 찬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긍정 답변은 217명(매우 긍정 157명·대체로 긍정 60명)으로, 부정적인 답변 266명(매우 부정 213명·대체로 부정 53명)보다 적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가시화됐다는 기사가 나간 후에는 이를 반대하는 학생 358명의 연서명이 대학본부에 도착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처럼 학내 구성원의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비대위 측은 화장실 이용이 기본권 문제인 만큼 '다수결' 요구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훈 비대위원장은 "학교가 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학생들에게 '합의를 만들어오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합의를 끌어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교 측이 행동에 나설 때까지 대자보·현수막 게시와 대학본부 앞 1인 시위 등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모두의 화장실'은 문자 그대로 성별뿐 아니라 나이·장애 유무·성적 지향·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의미한다. 일반 화장실과 기본 형태는 같으나 장애인을 위한 보조 시설이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성공회대에서는 2017년에도 총학생회 주도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총학생회는 출마 당시 성별 구분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설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선 이후에는 성 중립 화장실에서 더 나아간 '모두의 화장실'로 목표를 확대했지만, 그때도 학내 반발 등에 설치는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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