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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
영화 『국제시장』은 잊힌 역사가 되어가는 6·25 흥남철수와 파독근로자, 월남 파병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특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기억으로서 파독근로자를 재조명하고 있다.
파독근로자의 사례가 지금의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적극적 삶의 메시지다. 1960년대와 70년대는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더 가난했던 시기이고 사회제도가 완비되지 않아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 때 정부와 개인이 모두 현실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유주의적 철학과 의식으로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은 김승욱 교수님께서 발제문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동의하며 대한민국의 성공에서 자유주의적 의식은 지금의 현실에서 주는 의미도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젊은 세대를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주택,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라고 한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집값, 생활비용의 지출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 나아가 주택과 인간관계까지를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지칭하는 조어이다.
각종 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고,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용어가 되었다. ‘포기’가 의미하는 바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우선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그 때는 해서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의식이다.
하지만 변명과 패배의식을 가르치는 지식인들과 ‘포기’한 세대를 정치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교묘하게 선동하고 있는 언론이 도리어 문제다. 또한 풍요롭고 무상(공짜) 보육,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으로 받아만 오고 받는 것에 길들여진 세대들에 만들어진 게으름과 나태함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복지제도의 부작용이 원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거의 세대들이 언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몸 하나가 가진 노동력을 기본으로 가족에게 생활비와 형제들의 등록금을 제공하다는 ‘파독근로자’들의 정신은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과거의 역사인 동시에 지금의 교훈이다.
다음의 인용문에는 언론이 ‘남 탓’과 패배의식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와 불평등 하에서 국민 다수의 삶은 피폐해지고 절망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진보의 담론이 실종되어 버렸다.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에 관한 별다른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 그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삶의 모든 기본적인 요소들을 책임지는 보편적 복지의 공화국이 (만들어져야 한)다.”(정승일, “지옥의 삶에 희망이 필요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틱』, 77호, 2015년 02월 01일)
“요람에서 무덤까지” 먹여주고 입혀주는 정치를 만들어 내야할 이상의 정치로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와 정부가 먹여주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고 있다.
마치 ‘수령님이 모든 것을 주시는’ 그리고 잘못된 것은 모두 ‘미제와 주구 남조선’ 때문으로 돌리는 그래서 철저히 실패한 북한 체제와 다르지 않다. 국민은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활동가로 적응하여 먹고 산다. 하지만 좌파(자칭 진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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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으로 독일 광산에 일하러 가는 덕수와 달구. |
스스로 먹고 사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먹여 주느냐를 불만하고 정치가 어떻게 먹여주느냐를 고민하라고 한다. 국가와 사회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자유주의적 삶에 대한 정열과 고난 극복의 패기는 죽이고 혁명을 추임새로 키우는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다면 과거의 어른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가거나 또는 더욱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돕는 기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3포 세대 또는 5포 세대를 이야기 하는 언론들과 좌파사회주의자들은 포기하게 하지 말고 본인들이나 허망한 사회주의 혁명과 평등한 사회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티브 잡스는 June 12, 2005년 Stanford University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And 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They somehow already know what you truly want to become.
Everything else is secondary... Stay Hungry. Stay Foolish. And I have always wished that for myself. And now, as you graduate to begin anew, I wish that for you. Stay Hungry. Stay Foolish.“
권혁철 소장님의 발제문에 소개된 “죽지 말고 살아서 올라오라”라는 의미의 ‘글뤽아 우프(Glück auf)’와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늘 배고프게, 늘 우직하게)”는 성취하고 성공하기 위한 삶의 태도로서 동일한 의미이다.
독일 광부들이 매일의 희망찬 미래와 성공을 이끌었던 말일 것이다. 타국에 있는 젊은이로서 근로자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이나 더 높은 길을 향해 나아갔던 그 모습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Never be satisfied, and always push yourself.”
그러한 결과로서 독일의 한인공동체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현지에 동화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국인의 성실성, 그리고 한국문화의 매력을 전하는 전령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파독근로자들의 삶은 젊은이들에게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을 구현해서 보여주고 있다.
둘째, 파독근로자의 역할에서 보듯이 한국경제성장에서 국가의 역할은 한계가 있었고 개인이 중요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1964년 서독을 방문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근로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잘 산다면 왜 여러분이 부모형제를 저버리고 이역만리인 이곳에서 노동을 하게끔 하겠습니까. 우리도 남의 나라 못지않게 잘 살기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려서 부강한 나라를 이룩해서 우리의 자손에게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설움을 남겨주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나라를 만든 것은 국가와 정부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의 개개인의 피와 땀, 그리고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다. 그런데 언론은 정부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거기에 또 일부 젊은이들은 『국제시장』이 ‘애국심’과 ‘희생’만 강조한다고 역겨워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보수가 ‘국가주의자’를 이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은 개인이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빈곤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을 묘사한 것이지 국가를 중심에 둔 것은 아니었다. 권혁철 소장님은 발제문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에 의한 해외 인력 송금이 한국경제성장에 기여한 기여도를 1965년에 12.2%, 1966년에는 11.8%, 1967년에는 15.1%로 계산하고 있다.
월남파병 역시 한국군의 파병을 계기로 한국기업들이 월남에 진출하여 파병 기간 중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여들 일 수 있었으며, 그 외화를 기반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만성적인 외화부족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서독 광부 1진이 출발한 것은 1963년, 한국의 월남전(베트남 전쟁) 첫 파병은 1964년, 경부 고속도로 건설은 1968년에 시작되었다. 월남전에 파병된 군인들이 벌어들인 외화(전투수당)는 총 2억 3,556만 달러였고 그 가운데 1억 9,511만 달러가 국내로 송금되었고, 이 돈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쓰였다.
한국 경제성장에서 개인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과 동일하게 기업의 역할도 과소평가되었다. 한진그룹의 경우 월남에서 미군의 물자 수송으로 큰 돈을 벌어 그룹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대한민국이 월남에 참전한다고 해서 바로 미군의 일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었고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개인 조중훈과 기업 한진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한진의 조중훈은 워싱턴으로 동생과 직접 가서 과거 한국에 주한미군으로 왔었고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장교들에게 읍소하여 미군 물자 수송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월남 퀴논항에서의 물자 수송 역시 한국인 인부들이 탄 트럭에 베트콩의 공격을 뚫고 물자를 수송한 기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총탄의 죽음을 무릅쓴 운송으로 사업을 키운 것이고 그로 인해 한국인 직원들은 월급을 송금할 수 있었고 그 돈이 경제성장에 사용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역시 국가의 계획보다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여 성공한 기업과 개인이 이룩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수출입국(輸出立國) 달성이나 경제성장의 달성은 정부가 계획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 이겨낸 기업이 이룩하는 것이며 파독근로자들과 월남전으로 간 군인, 기업, 근로자들의 죽음을 담보한 노력과 희생으로 달성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파독근로자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한 역사의 복원은 경제발전의 뿌리가 개인과 기업에 있음을 알려준다.
셋째, 좋은 이웃의 중요성이다. 파독근로자들이 한국경제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충분히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국제정치적 현실, 즉 미국이 독일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여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의 파견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미국의 무상원조 감소라는 상황이 한국정부가 광부의 파독과 간호사의 파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권혁철 소장님의 논지에 동의하면서 추가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무상원조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했다.
윤용선은 미국은 한국 경제개발에 서독이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고, 서독대사 뷩어의 보고에 따르면 광부 파독 문제가 미국 측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나아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자세히 정리하고 있다.
“한국 광부의 독일 파견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61년 초 미국대외원조기관(USOM)의 중개를 통해서였다. 이 기관은 1957년부터 일본 광부들이 2년간 독일에 400명씩 파견되었다가 1963. 8. 일본 광부의 계약이 만료되었고 일본 국내사정으로 더 이상 파독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을 알고 한국광부의 고용을 독일정부에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해외 차관의 도입, 파독, 대일청구권 협상, 월남전 파병 등 대한민국이 경제발전의 성공신화를 써가는 중요한 고비마다 미국이 직간접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냉전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때문이라고 가볍게 취급하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미국이 자유의 신장을 위한 노력,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한 노력을 폄하하는 사고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준 역사는 기억해야만 인간이 인간답고 국가가 국가답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세미나 <파독근로자 :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에서 김인영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