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고(故) 박동진 명창이 광고에 등장해 구수한 목소리로 들려줬던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가 떠오른다. '오징어게임' 열풍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연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산 콘텐츠가 이렇게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것은 반갑다.

'오징어게임'이 지구촌을 열광케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가장 컸을 것이다. 거액의 돈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 긴장감과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면과 단순한 듯 강렬한 원색의 색감이 묘한 분위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이다.

   
▲ 사진=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456억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게임'이 인기를 관통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 게임이 참 '한국스럽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뽑기(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솔직히 이건 해본 적이 없다), 오징어게임 등이다. 참가자 모집 때 등장한 딱지치기도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놀이들이다. 젊은 세대들은 호기심으로 한 번쯤 해봤을지 모르지만 주로 시대극이나 예능프로그램, 만화 '검정고무신'에서나 보던 놀이들이다.

이런 놀이(게임)들과 유사한 놀이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즐겨 했던, 너무나 한국적인 놀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한국적인 놀이가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과 함께 지구촌 곳곳을 달구는 놀이가 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어 노래가 뉴욕과 파리의 광장에서 울려퍼지며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아프리카에서 '오징어게임'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이끌던 공포의 감시인형을 코스프레해 춤을 추는 영상도 만들어졌다. 뽑기를 할 수 있는 달고나 제작 키트는 해외에서 인기 폭발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뽑기를 할 수 있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 사진='오징어게임' 예고 영상 캡처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은 해외 유명 셀럽들의 SNS 인증샷 필수 아이템이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오징어게임'은 극명하게 알려줬다.

국수주의적인 시각으로 '오징어게임' 현상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한국 놀이문화의 우수성이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겐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 많다. 건축물도 그렇고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에서도 내세울 만한 문화적인 자산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우린 과거에 이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그저 보여주기에만 그친다면 문화적 가치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의 발달을 통해 초고속으로 지구 곳곳이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전파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이런 시대에서는 내세울 만한 것들을 어떻게 잘 포장하고 효과적으로 알리는 지가 중요해졌다.

융합, 크로스오버 등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일상에도 스며들고 있다. 낯섦을 신선함으로 만들고, 익숙했던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찾아내고 만드는 작업이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오는지 '오징어게임'은 확인시켜줬다.

이날치 밴드의 충격적 음악과 퍼포먼스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 '슈퍼밴드2'에서는 거문고 연주자가 밴드 음악에 도전해 파격적인 무대로 주목 받았다.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을 더욱 가깝게 다가가도록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국악 베이스의 한국 음악이, 이미 각광받고 있는 K팝처럼 글로벌한 보편성을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가 귓가를 맴돈다. '오징어게임'이 이왕 대성공을 거뒀으니, 주위에 있는 소중한 '우리 것' 가운데 소홀하게 지나쳤던 것들은 없는지 다시 살펴보자.

'오징어게임2'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오징어게임'을 능가하는 또 다른 새로운 한국산 콘텐츠가 나와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크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