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 첫 국정감사에 참석한 가운데, 여야는 국감 내내 '대장동'으로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 지사는 "돈받은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대장동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 지사를 코너로 몰만한 확실한 한방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10시간 넘게 야당 의원들과 대장동 의혹을 두고 난타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그분은 청와대보다 감옥이 더 가깝다"고 이 지사를 압박했고 이 지사는 "장물을 나눈 사람이 도둑"이라며 해당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아수라의 제왕인 그분은 누구인가 한번 검토해보려고 한다"며 "(대장동 개발 관련) 단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는 어떤 사람일까. 돈을 만든 자, 돈을 가진 자 위에서 돈을 지배하는 자"라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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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
그러자 이 지사는 "'그분'은 돈을 나눠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며 "돈 사용처를 찾아보니 50억원을 받은 사람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무소속 곽상도) 아들, 고문료 받은 사람은 전 원내대표(원유철) 부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특검(박영수) 등"이라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세상에는 단순한 이치가 있다. 장물을 가진 사람이 도둑"이라며 "제가 만약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던져줄지라도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민의힘(무소속) 곽 의원 아들 같은 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역공을 펼쳤다.
다만 이 지사는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비리 연루 혐의와 관련해서는 인사권자로서 자신의 잘못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유 전 본부장에게)돈이 마귀'라고 수도 없이 말했고 그렇게 청렴을 강조했는데 정말 수치스럽게 되는 것"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면서도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이 "대통령이 되면 사면할 거냐"고 묻자 "그런 부패사범을 어떻게 사면하겠냐"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 입장에서 도둑들의 물건을 되찾아오는 과정에 여러 사람이 동원됐는데 그중 일부가 제 기대와 요청에 반해 도둑들과 연합했을 거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인사를 잘못한 것, 지휘하는 직원 일부가 오염돼서 부패에 관여한 점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파상공세를 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유동규는 실무자일 뿐인데 뇌물 수수로 구속이 됐다"면서 "실무자가 설계자의 뒤통수를 친 거라면 이 후보는 호구이거나 바보"라고 몰아붙였다.
이 지사는 야당의 거친 공세에도 이날 국감에서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이 설계한 대장동 사업은 5503억원의 이익을 환수한 성공한 공익사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이날 국감장에는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까지 등장하며 조폭사진이 스크린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던 박철민 씨의 진술서·사실확인서·공익제보서 등 17쪽 분량을 제보해 왔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박 씨는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과 (이재명 지사가)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에 있어 왔다'고 주장했다"며 "사업 특혜를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드릴 때도 있었다"며 현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이 후보는 수차례 헛웃음을 지으며 "이런 상황 때문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제가 이렇게 했으면 옛날에 다 처벌받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금 다발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노력은 많이 하신 것 같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없다"고 비웃기도 했다.
민주당은 박 씨가 제보했다는 돈뭉치 사진이 2018년 11월 박씨 페이스북에 올라왔다며 "기획 폭로극"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박 씨 페이스북에는 돈다발 사진과 함께 "렌트카 동업 등 시행착오 끝에 월 2000만원의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적혀 있었다.
이 지사는 19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감장에 난데없이 돈다발이 등장했다"며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 돈다발이 허위임이 드러났다.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면책특권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 허위·날조 주장을 펴고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가짜정보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의정활동이 아니라 범죄행위"라며 "제게 가한 음해에 대해 사과하고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역공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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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거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MBNEWS' 캡처 |
민주당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김용판 의원이 제기한 조폭 연루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김 의원의 제명을 제소하는 등 책임을 묻겠다"고 역공을 펼쳤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돈다발은 해당 조폭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이 번 돈이라고 올린 ‘허세샷’"이라며 "조폭 범죄자 진술을 국감장에 가져와서 면책특권에 기대 아무말이나 던지는 김용판 의원은 국민의힘 현재 수준을 보여준다. 이런 것 하라고 면책특권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첫 국감은 예상대로 '이재명 청문회'를 방불케 하며 하루 종일 '대장동', '화천대유', '도둑' 등의 단어들로 몸살을 앓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를 겨냥해 음주운전 이력과 형수 욕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여배우 스캔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조폭 연루설까지 꺼내들며 총공세를 가했지만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청문회'를 치르겠다며 국감을 벼르고 나온 이른바 국민의힘 저격수들은 이 지사를 코너로 몰아세울 새로운 증거나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며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뭐 무슨 조폭한테 돈 받았다는 가짜뉴스가 나와 우습게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일 이 지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다시 출석한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2차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민주당과 이재명 흠집내기에 열을 올린 국민의힘, 다가올 국감에서의 승자는 누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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