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등 일선 재판들에 개입한 혐의로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를 받아 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사건을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에 따라 각하했다.
탄핵심판이 받아들여지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인용하자고 밝힌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 등 3명에 불과했다.
이날 문형배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심판절차 종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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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임기만료 퇴직으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으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이 사법의 책임을 달성하기 위한 '법관 임기제'라는 일상적 수단을 통해 이미 소멸됐다"며 "국회와 헌재의 관여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비상적인 수단인 탄핵제도가 더 이상 기능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 및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더라도, 탄핵심판 청구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사실상 형사부의 평정·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만한 행위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건 파면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 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다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또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해야 한다'는 4명 재판관과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 재판관은 임기가 만료된 법관의 탄핵심판 관련 법 공백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현행 헌재법 아래에선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해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헌재의 이날 선고가 끝나자, 국회 탄핵심판 소추를 주도했던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탄희 의원은 입장을 내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에도 다수의견은 본안 판단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헌재는) 헌법 수호기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했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위반자에 대해 임기가 만료됐다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건 재판 개입 행위를 보장하고 헌법 위반 행위를 보장한 것"이라며 "최소한 공직 복귀 금지만큼은 명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측 법률대리인인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이날 선고 후 "탄핵심판 절차와 법리에 따라 합리적 결론을 내린 헌재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임 전 부장판사는 자신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헌재의 탄핵심판과 별개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형사기소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 혐의와 관련해 1심 및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