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한미가 전례없는 접촉을 벌이며 협의해왔지만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한미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란 선결조건을 내걸어 ‘몸값 올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북한의 선결조건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국정원은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만남에 선결조건을 제시했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광물수출 및 석유수입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국회의원도 “선결조건은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정당화하면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한미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미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29일 한미 간 종전선언 협의를 “외세에 구걸하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고종 말기 밀서를 들고 워싱턴과 헤이그로 다니다가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때와 무엇이 다를까. 외교·안보·정보·국회 수장이 총출동해 남북관계 도와달라 외세에 구걸하며 한 세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비극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한미가 종전선언을 놓고 과연 ‘비핵화의 입구’가 될 수 있을지 협의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대화의 선결조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니 문재인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종전선언을 협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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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미중 종전선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한 첫 입장은 문 대통령의 제안 이후 한달만인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동맹간 협의 중에 입장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종전선언을 놓고 한미 간 잦은 만남이 있었던 것 자체가 양측 모두 협의에 대한 필요성과 의미를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 한미가 종전선언 문안을 조율 중이라는 말도 전해진 사실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경우 곧바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 문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한미는 현재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방안 중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리고 대북 인도적 협력사업 협의는 현재 마무리 단계로 북한에 조만간 제안될 예정이며, 이 밖에도 신뢰구축 차원에서 북한에 제시될 또 다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설리번 보좌관의 ‘시각차’ 발언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한미 간 협의가 상호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지하고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종전선언을 목표로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내건 선결조건은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하 대화 가능성마저 예측하기 쉽지 않다.
29일 유엔총회 산하 제1위원회는 북한의 핵포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27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표결없이 채택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결의안’(CTBT)은 지난 6차례 북한 핵실험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북한은 ‘이중기준’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동안 미사일을 시험발사 때 주장해온 이중잣대 철회 요구 입장을 굽히지 않는 북한의 손을 들어준 국가는 중국, 러시아, 시리아 4개국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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