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키움 히어로즈가 두산 베어스에게 밀려 포스트시즌 첫 단계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환영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7위로 추락해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환영한다.

지난해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팀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또 꼴찌를 했다. 환영한다.

남의 불행을 즐긴다거나, 이들 세 팀에 따로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즉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옛 말씀을 믿기 때문이다.

키움, NC, 한화는 올 시즌 큰 민폐를 끼쳤다. 팀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소속 선수 몇몇의 일탈 행위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7월 KBO리그를 강타한 '호텔 술자리 파문' 이야기다. NC 선수 4명(박석민 이명기 권회동 박민우)이 서울 원정숙소 호텔방에서 일반인이 포함된 술자리를 가졌다가 이 중 3명(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가 있는 날 심야에 술판을 벌인 것도 그렇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방역수칙을 위반한 모임을 가진 것은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며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며 시즌 일정을 마친 키움 선수단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NC 선수들뿐 아니었다. 키움 선수 2명(한현희 안우진)과 한화 선수 2명(윤대경 주현상)도 역시 문제의 서울 호텔 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한현희와 안우진의 경우 팀의 수원 원정 중 숙소를 이탈해 심야에 서울로 이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연히 후폭풍이 거셌다. 해당 선수들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KBO리그 징계와 소속 구단의 자체 징계로 출장 정지, 벌금 등에 처해졌다.

개인적인 징계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로 인해 몇몇 팀 선수들은 격리 조치를 당해야 했고, 정상적인 리그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KBO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올림픽 휴식기 직전 주 리그 일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몇 경기 일정이 연기된 것에 그칠 문제가 아니었다. 도쿄올림픽 휴식기까지 포함해 4주간이나 경기가 열리지 못함에 따라 후반기에는 연장전 없는 무승부가 도입돼 맥없는 경기가 양산되고, 더블헤더 및 월요일 경기 편성으로 무리한 일정이 이어지고, 포스트시즌 일정이 일부 축소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도 악영향이 있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박민우와 한현희는 태극마크를 내려놓아 대표팀은 도쿄로 향하기 전부터 전력 누수가 생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대표팀의 경기 내용도 성적도 기대 이하에 머물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부른 선수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했다. 물론 해당 선수들은 이미 엄중한 징계를 받았다. 선수가 한창 시즌 중에 팀과 함께 하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만큼 가혹한 일도 없을 것이다.

   
▲ NC 선수들이 경기 중 손을 모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만약 NC가 주축 선수 4명이나 빠지고도 좋은 성적을 냈다면 어땠을까. 정규시즌 최종일 극적으로 5위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키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기고 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한화가 탈꼴찌를 하고 순위를 끌어올렸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됐다면 '잘못된 행동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상식이 무너졌을 것이다.

파문의 당사자인 NC 선수 4명은 지난해 우승했던 팀이 7위로 추락한 것을 온전히 '내 탓'이라고 여겨야 한다. 키움 선수 2명은 어렵게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팀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 못한 데 대해, 한화 선수 2명은 팀이 2년 연속 꼴찌를 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애꿎은 피해를 입은 동료 선수들과 팀, 성원을 배신 당한 팬들에게 당사자들이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는 것. KBO리그 구성원들이 이번 파문을 뼈저린 교훈으로 삼고 조금이라도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늘 조심하면서 본분에 충실하는 것.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에 다시 훈풍을 불어넣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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