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숫자도 문제지만 장소도 납득 불가...공관서 왜 사적 모임 갖나?
   
▲ 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대우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말년(末年)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해야 한다”. 군대에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들이라면, 여러 번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서, 필자는 이 말이 생각났다.

김 총리는 최근 방역수칙을 어기고 11명이 함께 식사를 한 데 대해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국민께 사과했다.

그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위야 어찌 됐든,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국민들께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책을 총 지휘하는) 중대본부장으로서, 뭐라고 사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저 자신부터 다시 살피겠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으로 국민들에게 방역 수칙 준수를 ‘입버릇’처럼 당부해왔던 당사자가 이를 위반한 것이다.

김 총리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대학 동기 등 10명과 오찬을 가진 것이 뒤늦게 알려져,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를 포함해 총 11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으로, 10명까지인 ‘수도권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초과한 것이다.

당초 친구 9명이었는데, 예정에 없이 함께 온 친구 부인을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동석을 했던 것이라는 해명이다.

더욱이 김 총리는 이에 대한 언론 질의에 대해, 처음에는 “식사는 10명이 했다”고 주장했다가 10명이 찍힌 사진을 제시하자, 뒤늦게 ‘사진을 찍은 사람을 포함해 11명이 식사한 것이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원래는 대학 동기 10명이 모일 예정이었는데, 한 명이 배우자를 데려오면서, 식사 인원이 11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당 부부가 먼저 가려고 했으나, 총리가 ‘밥은 먹고 가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가 ‘방역 수칙 위반’임을 알고도, ‘무시’했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들에게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해온 총리 스스로, 그것도 ‘공관’에서 위반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브리핑하는 김부겸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필자는 모임 인원도 문제지만, 장소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관(公館)은 말 그대로 ‘공적인 장소’다. 국가 소유 건물이요, 국민들의 재산이다. 총리는 재임 동안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공관은 ‘사적 모임’인 친구들끼리의 회식 장소가 돼버렸다.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집’이라고 자랑하라고, 국민들이 공관을 내준 것은 결코 아니다.

행정부를 총지휘하는 최고위 공직자의 처신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총리도 사람인 이상, 어쩌다가 의도치 않았거나 또는 5~6명 미만의 소수로, 공관 안에서 사적 만남이 이뤄질 수는 있다.

청와대도 총리공관도 구내식당 등에서 가족.친구 2~3명과 식사를 같이 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인원 제한 10명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계획된 만남’이었던 것이다.

방역 수칙 위반으로 이번에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뿐, 아마도 비슷한 일이 이전에도 종종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필자도 과거 한 차관급 인사의 ‘관사’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해당 인사는 오래 전에 퇴직해, 지금은 공직자가 아니다.

출입기자들과의 저녁자리가 길어져 벌어진 일이니, 사적 모임은 결코 아니다.

세종시 근무 장·차관의 관사는 일반 아파트단지 내에 있다. 외견상 다른 입주민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시간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는’ 집이다.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장.차관들은 세종시 관사에서 묵는 날이 드물다.

당연히 근무하는 직원은 전혀 없다.

우리는 밖에서 술과 안주거리를 사들고 들어갔다. 직접 조리를 하고, 상을 차렸다. 아침에는 라면을 손수 끓이고 설거지도 했다. 일행이 나온 후, 청소 등은 차관이 했을 터...

김 총리도 그랬을까?

아마도 요리는 전속 조리사가 하고, 서빙과 설거지 등은 다른 직원이 했을 것이다. 그들은 총리의 사적 모임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인가?

위드 코로나와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이제 겨우 방역의 고삐를 조금 풀었는데,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특히 위중증자가 ‘눈덩이’여서 전 국민들의 긴장이 높아지는 ‘엄중한 시기’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

정권 말 공직자들의 처신과 자세, ‘기강’ 등의 차원에서도 결코 ‘일과성 해프팅’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최고 실세’들이 과거 별 생각 없이 했던 일들이 큰 국민적 논란이 되고 ‘내로남불’로 지탄받으면서, 이 정권과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 됐던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또 다시 이런 일이 터진다면 이재명 후보에게도 회복불능의 타격이고, 사건 당사자들도 퇴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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