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마니아들을 양산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린 '킬미힐미'가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1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 마지막회는 7가지 인격을 앓아온 차도현(지성 분)이 안요나 안요섭 남매, 나나, 신세기, 미스터X 등의 인격들을 차례로 떠나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모든 인격들의 존재감이 빛난 이별이었다. 안요섭과 안요나 남매는 차도현과 오리진(황정음)의 행복을 빌어줬고, 신세기는 공포의 기억으로부터 두 사람을 자유롭게 풀어줬다.
꼬마 나나는 오리진의 과거 모습이었다. 나나를 달래며 오리진은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달랠 수 있었다. 마지막 반전인 미스터X는 오리진의 아버지로 차도현에게 “결정된 과거에 상상력을 낭비하기보다는 미래에 쓰라”고 조언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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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킬미힐미' 캡처 |
작품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마지막회에서 빛을 발했다. 차도현의 내부에 있던 일곱 개의 인격은 삶의 곳곳에서 마주친 과거의 흔적이었다. 현재를 발목잡는 기억의 고통을 보듬어주고 화해하며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나나가 소멸한 후, 오리진은 차도현을 껴안고 “고마워요. 나 때문에 마음 조각 하나 더 만들어 낸 것 미안하고 고마워. 날 얼마나 위해줬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 것 같아”라며 “차군은 정말 나한테 구원이었고 희망이었어.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고맙단 말을 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아마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등장했던 인격들이 ‘과거’ 였다면 반전으로 등장한 미스터X의 존재는 미래를 향해 있었다. 차도현에게 가방을 열어보라던 그는 가방에서 곰인형이 나오자 “어때요, 막상 열어보니까 별 거 없지 않습니까. 가방 안에 폭탄이 있을지, 금괴가 있을지 열어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라며 “공포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고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말이 작품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결정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이미 결정된 과거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직접 내 손으로 미래를 확인하라는,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이야기가 마지막회 70분에 쏙쏙 담겨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도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를 내서 내려가야 한다.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감동적인 한 마디를 위해 이야기는 20시간을 그렇게 달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