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재계의 반발에도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내 책임 처리”를 요구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의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앞서 이 후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12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의사과에 제출했다. 임시국회 기간은 오는 13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30일이다. 임시 국회를 열어서라도 이 후보가 연내 처리를 주문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이재명표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하명 입법”이라며 임시국회 거부방침을 밝히고 있고 재계도 "이사회가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자칫 입법 독주라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 실제 법안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 제출에 "(민주당이) 또다시 입법폭주, 의회독재를 기도하는 것이자 이재명 하명법을 처리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다분한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열심히 일 하라고 할 때 안 하고 베짱이처럼 놀다가 이 후보가 하명을 하니 갑자기 임시국회를 한다고 한다"며 "매우 황당한 사람들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의 강하게 반발하자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하명법'이라는 표현은 (법안을 발의한) 저를 포함한 김경협·박주민 의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노동이사제가) 오히려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할 수 있다. 그동안 투명경영 부분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부분이 있었다"며 "노동이사가 들어가면 경영실적이나 재무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오히려 회사의 경영을 이해할 수있고 그러다보면 노사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 독주'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를 거쳐 국회에 입법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기획재정부에 권고를 한 사항"이라며 "이미 경사노위에서 숙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기관 의사결정 구조에 관여하도록 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노동이사제는 먼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물론 독일·네델란드·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에서 보편화된 제도로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9월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노동조합의 추천 인사가 회사 경영에 참여함으로서 공공기업부터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인 대표적인 유럽국가 중 하나인 독일의 경우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분리되어 있고 노동자 대표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할 수 있어 회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1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아 노동이사가 경영이사회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게 되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선례가 없는 경우"라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은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가 구분되어 있고 노동이사들은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하기 때문에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이사회는 경영상 경영전략 변경, 신기술생산라인, 자금조달 방법 등 신속 대응해야 하는데 노동이사들이 근로조건 보장이나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를 계속하게 된다면 경영상 신속한 결정들이 몇박자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이 주식을 사야 자금이 들어올텐데 이사회가 신속하게 경영환경 급변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투자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의욕이 저하돼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는 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회 기재위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결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경제계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이사회 기능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공공기관의 방만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입법추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