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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대표 |
무상보육은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듯하다. 무상보육 정책으로 인해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는 수요가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무상보육 확대의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상보육으로 인해 젊은 부모들이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직장맘 들에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좋은 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해악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상보육을 핑계로 보육에 대해서 국가가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개성 강하고 창의적인 아이들이 길러지기 보다는 획일적 전체주의적 인간형의 인간이 길러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무상보육을 핑계로 사립에 비해 비용이 월등히 높은 국공립 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금의 낭비가 일어나게 된다.
무상보육이 대세라고 해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 필요하다. 그 해법은 사립유치원의 창의와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사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가 낮은 데다가, 사립 유치원이 고객인 학부모의 선호를 더 잘 반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살펴 보기로 한다.
국공립보다 사립유치원을 더 많이 활용하라
사립유치원은 비싸고 국공립유치원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학부모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만 보면 그 생각이 맞지만,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금액까지 합치면 오히려 정반대가 진실이다.
첨부한 표는 국공립단설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와 사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를 보여준다. 국공립의 경우 원아 1인당 교육비는 1,011,160원 인데 비해 사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는 536,379원이다. 국공립의 원아 1인당 교육비가 사립에 비해서 거의 2배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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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공립단설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와 사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 비교표 |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국공립이 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으로 드러난 학부모의 직접 부담금만 따지기 때문이다.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금액만 따지면 국공립이 사립보다 훨씬 작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납세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 전체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보육 예산의 사용방식을 재검토해봐야 한다. 무상보육 정책 하에서는 사립이나 국·공립이나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공립은 당연히 그렇고 사립의 경우도 아이행복카드를 통해서 나라 돈을 쓰게 된다. 사립이 학부모에게 부과하는 금액은 최대한 억제된다. 이런 상태에서 같은 보육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국·공립대신 사립을 더 활용하는 것이다.
원아 1인당 국·공립에 지급할 100만원을 학부모에게 주어 1인당 50만원씩 사립유치원에 쓸 수 있게 한다고 해보자. 단 학부모부담금을 포기하는 사립유치원에만 적용한다는 조건을 달아보자. 아마도 대다수의 유치원들이 이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2명의 아동들이 학부모부담금 전혀 없이 사립유치원을 다닐 수 있다. 사립을 활용하면 국·공립을 통할 때보다 2배나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사립유치원의 학부모 부담금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아이를 국·공립을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없어진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국공립유치원에 넣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는 국공립유치원의 학부모부담금이 사립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립의 학부모 부담금이 사라진다면 굳이 국공립을 선호할 이유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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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전국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보육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무상보육의 폐해다. /사진=유치원알리미 사이트 캡처 |
이치가 이런데도 대부분의 정책담당자들이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 국·공립에 대한 국민들의 착각과 공무원들의 밥그릇 늘리기 욕심이 빚어낸 비극이다.
국공립 확대 정책은 두 가지 점에서 국민 세금의 낭비이다. 우선 국공립유치원들이 지어지고 난 후 사립보다 두 배나 더 많은 1인당 교육비가 들것이기 때문에 낭비다. 교육의 질은 오히려 사립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의 선호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을 바우처의 형태로 학부모에게 주어 사립유치원을 선택하게 하면 두 배나 더 많은 아동들이 아예 학부모부담금 없이 유치원을 다닐 수 있다.
둘째의 낭비는 짓지 않아도 될 유치원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도 이미 사립유치원들 중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저출산으로 아이들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유치원을 새로 지으면 주변 사립 유치원들은 아이를 잃고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새 건물을 짓기보다 기존 사립 유치원을 매입해서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쪽이 예산의 지출을 줄이고 국가적 자원 낭비를 막는 길이다.
국공립의 신설은 기존 사립유치원이 없는 지역, 즉 오지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학부모의 선호와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의 차이
자기 아이를 돌볼 책임과 권한은 최종적으로 부모에게 있어야 한다. 부모가 각자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개성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국가가 교육의 내용에 대해서 획일성을 강요한다면 유치원은 획일적 인간, 파시스트적 인간의 제조공장이 될 수도 있다.
보육 내용에 학부모의 선호가 최대한 반영되려면 학부모가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동시에 유치원들이 그 학부모의 선택읕 받기 위해 노력하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면 무상보육 하에서도 학부모의 선택권은 작동할 수 있다. 선택권과 무상성이 결합된 것이 바우처제도이다. 한국도 아이행복카드라는 수단을 통해서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 재정을 재정으로 부담하더라도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는 한 소비자의 선택이 작용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한 유치원의 노력은 상당 부분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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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사이트. /사진=사이트 화면 캡처 |
반면 국공립 유치원은 사립에 비해 학부모의 취향에 덜 민간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학부모의 선택과 무관하게 모든 운영비를 교육당국이 직접 지급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부모가 신세를 지는 듯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국공립 유치원도 운영비를 바우처로 받게 해서 학부모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립유치원을 통한 무상보육을 하는 쪽이 학부모의 취향을 보육에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또 개성 있는 인재를 기르고, 다양성 있는 보육을 이루어내는 데에도 사립유치원 쪽이 더 낫다.
사립유치원의 실질적 국공립화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라
사립유치원의 장점은 학부모의 다양한 선호가 보육 내용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그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자면 사립유치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보육의 무상성과 보육 내용에 대한 통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바우처로 무상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립의 장점이 살 수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보육 내용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부당하게 재정을 횡령하는 등의 측면에만 국한해야 한다. 보육 내용에 정부의 의지를 강요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육에 대한 통제를 통해서 사립유치원을 실질적으로 국공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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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실질적 국공립화는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명백한 제한이다. 우리가 따져 보아야 할 것은 그 제한이 과연 공공복리에 적합한 것인지(제23조 제2항), 그리고 적합하다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여부이다(제23조 제3항). 사립의 실질적 국공립화는 사립의 다양성을 파괴함으로써 공공복리에 역행한다. 사립의 다양성을 되살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설령 사립유치원에 대한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23조 제3항에 의한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시설사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 조치 없이 마치 국공립유치원을 사용하듯이 사립유치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결론
보육 재정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 국공립보다 사립유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바우처 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사립유치원의 다양한 노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평가나 인증 같은 이름으로 사립유치원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획일적 보육이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무상보육이 획일적 교육을 뜻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통제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국공립화된 사립유치원들에 대해서는 헌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 보상을 하지 않으려면 사립유치원에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