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만남으로 살아났던 제3지대 연대의 불씨가 사그라 들고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대선 체제를 극복하자며 정책 공조를 약속했지만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각자 행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대선 후보도 심 후보와 안 후보를 겨냥해 "선거철만 되면 머리를 맞댄다"면서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제3지대 후보들 간의 연대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심상정-안철수 두 사람은 지난 6일 회동을 갖고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민생 정치, 미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정책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면서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쌍특검'을 촉구하면서 "대통령 후보 등록 전까지 대장동 개발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어 부패에 연루된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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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오른쪽)가 정책 연대 논의를 위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제3지대 단일화 논의는 이날 회동에서 배제됐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에 "단일화는 이번 회동과 관련된 주제가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단일화 없는 단순 정책 연대만으로는 제3지대 공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각 후보들도 각자도생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대를 외쳤던 두 후보는 1회 만남 후 별다른 소득 없이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심 후보는 지난 9일 중대재해 처벌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산업종사자에는 당연히 현장실습생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날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 중 첫 번째는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두 번째로는 기득권 노동자들의 기득권 강화 정책"이라며 심 후보와 노동정책에 대한 시각차를 보였다.
여기에 거대 양당제 극복이라는 대의명분에 한 목소리를 냈던 김동연 후보 측도 안철수-심상정 두 후보를 향해 “투표수를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니길 바란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제3지대 공조의 불씨는 점점 사그라 들고 있다.
심-안 두 후보의 회동이 끝난 후 김동연 후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언론과 시민들이 기대했던 회동이었지만 사진 한 장 함께 찍을 용기도 의지도 없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하나도 없다"면서 "정치를 좀 거국적으로 하자"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동연 후보도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두 분이 만나서 같이 사진도 안 찍었다"며 "기존에 제3지대를 소위 하셨던 분들도 기존의 양당을 따라가는 행태를 보였다. 성찰을 좀 하셔야 될 것 같다"고 두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저는 양당 구조를 깨고 더 나아가서 정치 기득권을 깨는 데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굉장히 오픈돼 있다.심상정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전혀 만나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단일화 내지는 공조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