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 대화를 촉구해오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첫 ‘대북 제재’ 카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밝혔다. 여기에 이전 정부처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새로운 압박은 하지 않으면서도 바이든 정부의 원칙을 북한에도 적용시키는 것으로 응답 없는 북한에 미국이 먼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국제인권의 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전 사회안전상인 리영길 국방상을 새롭게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2016년 북한 여행 도중 체포됐다가 17개월만에 석방됐지만 사망한 오토 웜비어를 언급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16일 ‘2020년도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 북한을 명단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한 것을 승계한 셈이 됐다. 이번에 미 국무부는 “북한이 국제적 테러 행위를 지원해온 역사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신규 제재를 가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 기조였던 대북 정책이 압박 양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을 포함해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경제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은 미국의 수출관리 법규에 따라 무기 수출금지, 테러 전용 가능성 품목 수출금지 등의 규제와 함께 일반 특혜 관세제도 적용 금지, 수출입 은행 보증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일종의 ‘불량국가’라는 낙인을 찍는 측면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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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맞아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중앙추모대회가 진행됐다고 1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1.12.18./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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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미국외교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과 단계적 관계 진전을 이루려고 한다면서도 대북제재를 고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의 요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외교로 관여하고 단계적 진전을 이루려는 것”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도 대북 제재를 계속 집행하고 있고, 동맹인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촉구하는 한국과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를 선 조건으로 내세워왔던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첫 대북 제재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발표를 하면서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북한이 타이밍을 보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대화 의지를 접지 않았다는 분석도 동시에 가능하다.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끊임없는 대북 메시지 발신이 북한의 태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17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기 전체회의에서 영상 개회사를 통해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의 입구이며,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마중물”이라면서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한반도 평화 시대로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말과 내년 초 중대한 정세의 갈림길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셈법도 작동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제재 효과론’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한국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경우 그 효력의 시효나 그에 따른 득실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최근 발표한 ‘김정은 10년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만으로도 경제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수용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벗어날 수 없고, 국제사회의 협력없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국경을 계속 폐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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