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1년여를 끌어온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심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그동안 업계와 관계단체 등에서 예상한 대로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주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완료돼야 결합이 가능한 만큼 결합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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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공정위는 29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항공사의 결합에 따른 자료수집, 경제분석, 이해관계자 의견조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협의 등을 거쳐, 이에 따른 조치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슬롯(slot, 특정 공항에 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반납 등의 구조적 조치 및 양사의 결합으로 인해 경쟁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는 일부 노선에 대한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의 행태적 조치만 부과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1조 5000억원)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심사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심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다. 연내에 결과 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달여 만에 겨우 방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당초 경제분석이 6월 말에 완료될 계획이었으나, 분석 대상 노선이 다수(여객만 약 210개)이고 화물 부문에 대한 추가분석 등으로 인해 10월에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심의 전에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며, 기업 제재를 심의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의 경우는 대부분 위원회에서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날 발표한 ‘조건부 승인’으로 결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공정위는 113개 노선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사 존재 여부, 신규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검토한 결과, 기업결합으로 일부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그 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경쟁제한성 있는 기업결합 경우, 원칙적으로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도록 돼있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신규진입 항공사 들어오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까지 운임인상 등의 가능성 있기 때문에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는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외 경쟁당국이 심사 중에 있는 만큼, 해외에서 충돌되는 부과조치 하게 되면 결합 당사가 다른 조치를 이행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해외 경쟁당국이 심사를 고려해 조치 변경이 추후에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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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월 27일 세종정부청사 공정위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심사를 연내에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사진=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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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 정책관은 그동안 우리나라 운수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언론 지적과 관련해 “운수권은 항공 자원으로서 자국에게만 부여할 수 있다”면서 “운수권 반납한다고 해서 외국에 넘어가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운수권 재배분은 항공 비자유화 노선에 국한해 신규 진입자가 운수권 확보 못하는 경우에만 배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 정책관은 “내년 초 위원회 심의해서 이번 결합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기업결합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해외 경쟁당국에서 심사가 다 끝나야 기업결합 이행할 수 있는 만큼, 외국 심사 상황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공정위가 결과를 낸다 하더라도 이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의 첫단계”라며 “결합당사 입장에서 외국 경쟁당국 설득해야 하는 과정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한공-아시아나항공 결합건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폴, 호주 등에서 심사 중에 있으며, 심사가 완료된 국가는 해당 노선이 거의 없거나, 경쟁제한성 심사 자체가 불필요한 곳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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