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성희롱 등 각종 민원으로 담당직원 이직도 많아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A 씨는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후 보험사의 보험금 산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보험사가 A 씨에게 150만원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A 씨는 이를 거부하고 보험사 사옥에 인분을 투척하고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보험사에 계속 민원을 제기했다.
#B 씨는 보험사의 긴급출동서비스를 수십여 차례에 걸쳐 사용하고 장기보험 보상 이력도 수십건이었다. 하지만 B 씨는 보험사에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정신적, 물질적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민원을 제기했던 B 씨는 심지어 보험사 담당자를 폭력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C 정비업체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민원감축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보험사에서 민원 줄이기를 한다. 민원으로 압박하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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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이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금융감독원 페이스북 캡처. |
보험사들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2014년 금융민원 상담동향 분석 및 향후계획'에 따르면 보험 민원이 4만4054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은행이 1만9228건, 은행 1만158건, 금융투자 3760건 이었다. 비중으로 보면 보험 민원이 전체 민원의 56%으로 절반을 넘는 수준이며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사에서도 민원 감축을 하려고 하지만 블랙컨슈머에 따른 고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정액형 보험이 아니다보니 보험금 산정시 변동될 수 있어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는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물론 정당한 민원사례들도 있겠지만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심지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라' 등 인터넷에 보험금을 많이 받는 방법과 관련된 글들이 나와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블랙컨슈머들은 주로 보험사 직원들에게 각종 욕설과 성희롱은 물론 보험사 본사를 직접 찾아와 회사 대표나 임원을 불러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융사들이 금융감독원 민원평가에 민감하다는 것을 악용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을 담당하는 한 보험사의 직원은 "욕설을 비롯 '목소리가 친근하다, 섹시하다' 등의 성적인 희롱으로 시작해 경고 후 전화를 끊는다 해도 수차례 다시 전화를 걸어 해당 상담원을 찾는 등 어려움이 많아 이직률이 연간 20% 달할 정도"라며 "심지어 민원을 제기해 가족이 거의 직업삼아 여러 보험사들을 돌아가면서 사은품 같은 것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금감원 민원을 무기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경우도 많아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악성 민원을 대응하려고 해도 워낙 각양각생인데다 블랙컨슈머를 가려내기 위해 정보를 취합하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에 걸리는 등 뾰족한 대응책은 없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