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나란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
온실가스 최다 배출업종…고로 포기하면 근본적 경쟁력 '흔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움츠렸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주요원자재 업종에 강력한 실적 견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최대수혜자 중 하나가 철강 업계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따른 전방 산업에서의 수요 확대로 국내 철강업체들은 모두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예약해 놨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하지만 산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급진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업계에 큰 고민거리를 던졌다. 설비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경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실정에 처한 철강과 같은 장치산업에는 근본적 경쟁력을 뒤흔들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포스코는 고도 성장기에도 넘보지 못했던 영업이익 9조원을 '코로나19' 국면에 처한 올해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의 주요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올랐지만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에서의 수요 확대로 제품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영업이익도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의 연결기준 매출은 75조2001억원, 영업이익은 9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1%, 영업이익은 무려 289.1%나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2.4%에 달한다.

포스코는 3분기에 역대 최대인 영업이익 3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이보다 낮은 2조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시장 가이던스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0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황은 비슷하게 간다고 볼 때 석탄 가격이 상승한 부분이 4분기에 반영된다"며 "3분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4분기 실적도 유사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4분기에도 3조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면 연간 영업이익 10조원도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예약해 놨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연간 추정치는 매출액 23조535억원, 영업이익은 2조5088억원이다.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27.9%, 영업이익은 무려 3336.7%나 증가한 규모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0.9%에 달한다.

특히, 현대제철은 올해 오랜 부진을 벗어나 V자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부터 6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2014년 1조491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4641억원을 시작으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에 지난 2018년에는 1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철광석 가격 강세와 철강제품 공급과잉, 수요부진 등 3악재가 겹쳤던 2019년에는 3313억원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 악재까지 더해진 지난해에는 730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만 면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이 8327억원으로 3분기(8262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상대로라면 바닥에서 사상 최고 실적까지 단번에 뛰어 오르는 급반전을 이루게 된다.

동국제강도 양대 고로사만큼은 아니지만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연간 실적 예상치는 매출액 7조1362억원, 영업이익 83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7.1%, 182.0% 증가한 규모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1.6%로 양대 포스코와 현대제철과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다. 슬래브(직사각형 모양의 철강 반제품)를 외부 조달하는 제강업체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 제철소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공장에서 사용되는 슬래브의 상당부분은 국내 고로사로부터 조달해 사용하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올해 철강업계에는 최고의 한해였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중립이라는 오랜 기간 리스크 요인을 떠안은 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26.3%로 설정했지만 지난 10월 이를 40%로 상향하고 문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공언한 것이다.

2030년까지 8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 산업계에 불똥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특히나 철강업계가 감당할 몫은 더 크다.

2019년 기준 국내 철강 산업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산업 전체 배출량의 19.2%로, 발전 에너지(37.3%) 다음으로 많다. 발전 에너지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야 국가 정책 차원에서 대응한다고 해도 철강 산업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오롯이 개별 기업의 몫이다.

   
▲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냉연강판./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대신, 일단 설비가 가동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설비 자체를 통째로 뒤바꿔야 하는 상황은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정부는 철강산업 주요 감축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도입과 기존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이지 못하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낮은 그레이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철광석이 아닌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다보니 순도(순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와 연신율(단방향으로 잡아당길 때 부러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이 고로 생산제품에 비해 떨어진다.

이를테면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고장력 강판은 전기로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불순물 제거 기술을 고도화해 전기로의 품질을 높인다 해도 수요처에서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는 무엇보다 안전에 민감한 제품인만큼, 전기로에서 생산된, 즉 고철을 재활용한 철강재로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 자동차 업체는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이 때문에 현대제철을 보유하고도 오랜 기간 자동차용 강판 공급을 포스코에 의존해야 했다. 그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정몽구 명예회장이 오랜 노력 끝에 이룩한 게 고로방식 일관제철소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인 1978년 현대제철의 전신인 인천제철을 인수한 이래 30년 넘게 일관제철소를 꿈꿔 오다 당진제철소 제1고로의 첫 화입으로 꿈을 이룬 게 2010년인데, 불과 10여년 만에 폐쇄하고 다시 전기로로 돌아간다는 건 피눈물이 날 만한 일이다.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고로와 동일한 물성의 철강재를 생산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철광석(Fe2O3)과 석탄(C)을 투입해 철(Fe)을 만들면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고로와 달리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과 수소(H2)를 반응시켜 철과 물(H2O)을 생성한다.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는 공법이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재로서 알려진 유일한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설비 구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관련해서는 포스코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상용화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발표한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국책과제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모델 '하이렉스(HyREX)'의 데모 플랜트를 구축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가 2030년까지 목표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규모는 20%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도 절반인 10%는 생산 과정에서의 감축이 아닌 사회적 감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고로를 시스템을 친환경규제에 맞춰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데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고, 얼마나 걸릴지가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사업계획을 짜기도 힘든 실정이다"며 "경쟁국들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철강업계는 물론 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