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체결했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을 종료했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본격화되면 외국인 주식매도가 늘고 환율이 급등할 수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연준과 체결했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지난달 31일 계약만기일에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계약을 맺은 두 국가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상대국의 외화를 빌릴 수 있는 제도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은과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달러 유동성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20년 3월 600억 달러(약 71조원)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세 차례 연장에 합의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 배경에 대해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금융·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채 종료한 것은 "국내 금융·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최근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공급된 자금도 지난해 7월 전액 상환한 이후 현재까지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테이퍼링 본격화 등에 대비한 통화스와프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상황과 금융시장의 흐름을 봤을 때 당장 외환시장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환시장 관리를 위해서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 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낮고 유출되더라도 외환시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한국 금융시장을 보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bp(1bp=0.01%포인트)에서 등락하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화보유액도 11월 기준 463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연구원은 "이미 달러화는 내년 금리 인상을 선반영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인상 이후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문제는 신흥국발 부채위기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만료된 상황에서 한국 시장의 건전성만으로 원·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정책인 테이퍼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면 달러화 강세가 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 예상된다"면서 "한미통화스와프 중단은 외화유동성 경색과 심할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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