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전략적경쟁시대 속 차기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가 된 외교·안보 6대 쟁점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정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모인 ‘플라자 프로젝트’에서 지난 2019년 1월 19일부터 꾸준히 토론을 진행한 결과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기획해서 발표한 ‘20대 대선, 외교·안보 주요쟁점과 여야별 입장 비교’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게재 순서는 ①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대화) 참여 문제와 미국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 문제 ②한미동맹 지역 역할 확대와 한일관계 전면적 개선 문제 ③대북제재의 지속 여부 문제 ④경항모 혹은 핵잠수함 보유 문제 ⑤현 여야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 비교이다.
조 바이든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말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결과를 공개한 뒤 미국의 군사전략 방향이 중국 견제로 가고 있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GPR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괌과 호주의 인프라를 증강하고, 태평양 도서지역에 군사시설을 우선적으로 짓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의미도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대립된다. 한미동맹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정부가 추구해온 전략적 모호성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에서 시작된다. 반대 주장은 역시 중국의 직·간접적인 보복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견해가 지배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도 시급한 사안인 만큼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법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일본정부의 냉담 기조는 인도·태평양전략 구상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이에 따라 한국정부가 먼저 일본의 전략적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톱다운 방식’이 필요하고, 행동 대 행동의 포괄적·단계적 해법 제시도 있다.
한미동맹 역할 확대? “전략적 모호성 더 안돼” vs “더 나가면 中역풍”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에 찬성하는 주장을 펼친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고 있고, 따라서 한국정부가 추구해온 ‘전략적 모호성’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한국이 미·중 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준거로 삼아야 할 가장 큰 원칙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2021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에 동참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이 질서를 대중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역내 역할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현재 미·중 간 경쟁을 지구적 리더십 차원에서 제대로 전망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표본으로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성공적으로 복원한다면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 반면 홍콩의 일국양제를 무력으로 조기 종결한 중국이 지구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다. 중국은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게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의 동맹 정책은 특히 군사전략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지역을 단일 전구화하고 이를 격자 구획으로 나눠 동맹국이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형태를 추구한다”며 “미국은 이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역할을 대중 견제에 보다 집중하는 형태로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이 여기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한반도 공약이 약화하고, 미국 주도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역할 확대에 반대한 부형욱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의 지역 역할 확대는 위험한 선택이다. 이미 한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에 상당 수준 연루되어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중국으로부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므로 지금 선에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내세운 동맹국을 연결하는 대중 견제 네트워크는 점차 강한 군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지금 중국은 역내 주둔 미군과 미국의 해상세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이에 따라 2020년 9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니한(Minihan) 장군이 미 국방대학원 세미나에서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호주의 전력을 엮는 네트워크 구상에 대해 논의한 것에서 미국의 본심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 연구위원은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적인 보복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양자택일하라는 식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것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결례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우리가 자진해서 그러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불가피하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을 최대한 얻어낸 후에 합류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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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협력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한일관계 개선, “냉담한 일본 적극 돌려야”…“한반도 평화논리 따른 장기 전략”
한일관계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보 선정이 보여주듯 과거사 문제를 쌓고 있어 암담한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먼저 “한국정부가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일본의 전략적인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 대북·대중·대미 관계에서 모두 방해자가 아닌 협력자 또는 역할 분담자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센터장은 이런 지적의 근거로 “현재 일본정부의 우선과제는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한 인도·태평양전략이며, 이 구상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별다른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냉담한 입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문제점으로 “한일관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가해자인 일본이 한국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은 실종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국익보다 한일관계 개선을 생각하지 못하고 과거사 프레임에 매몰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진 센터장은 해결 방안으로 “첫번째 톱다운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국장급 대화채널보다 청와대와 일본 관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정부가 배상금을 우선 대위변제해야 하고, 동시에 일본도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보여야 한다. 한일기금이나 한국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에 서두르지 말고 한반도 지정학을 ‘전쟁 논리’에서 ‘평화 논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일관계는 장기 저강도 복합 갈등 상태에 있는 상황이며, 일본의 대 한국 정책은 미일동맹 재구축 기조 아래 있다”는 분석에 따른 주장이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한일관계 악화 원인이 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로드맵 공유와 행동 대 행동의 포괄적·단계적 해법’을 포함한 네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 중 ‘행동 대 행동의 포괄적·단계적 해법’을 보면, 우선 우리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인정하는 것과 일본정부의 당시 10억엔 출연이 사죄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진정어린 사과를 표하는 행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2 한·일공동선언’을 채택해야 하고, 이를 위해 총리실에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과거에서 미래로 국민외교위원회’(가칭)을 구성하고, 청와대에 ’대일 국민외교조정관‘ 전담 배치하는 방안도 제시돼있다.
이 밖에 남 교수는 네가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한국정부의 독자적 조치를 통한 개별적 선제적 해법’에서는 한국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를 분리해서 각각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국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 해결의 완료를 일본의 숙제로 넘겨서 추가 조치를 기다리는 방식도 있다고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남 교수는 “과거사 문제는 우선 단기 목표로서 관계 악화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현금화 조치 등에서 사법부 판단과 별도로 국내 조치와 대일 협상에서 정부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중기 목표로서 위안부 문제에서 우리정부의 해법을 제시해야 하고, 한국정부의 선제적·독자적 해결 노력을 선행시켜야 하며, 일본정부의 사과를 입구로 해서 상징적 배상을 출구로 하는 신뢰 프로세스를 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남 교수는 “한·일이 신뢰 프로세스로 나아가게 된다면 장기 목표로서 화해 프로세스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1965년 조약과 협정에 대한 양국의 해석을 일치시켜서 1965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한일공동선언’을 채택하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 ‘한일미래구상위원회’ 등을 출범시켜서 과거사 문제로 늘 흔들려왔던 1965년 체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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