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아우디폭스바겐,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닛산, 포르쉐에 이어 벤츠까지 자사 경유 승용차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을 설치·조작해,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다가 경쟁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자사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등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2억 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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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BMW 5시리즈, 폭스바겐 골프, 폭스바겐 티구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사진=각 사 제공 |
이번 조치로 공정위는 1차 디젤게이트 이후 발생한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관련 부당한 표시 및 광고행위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자사의 경유승용차가 미세먼지 등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표시·광고했으나, 실상은 배출가스 조작 SW 프로그램을 설치해 일상적 환경에서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성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표시는 소비자로 하여금 이 사건 차량이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도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해당하는 배출가스 저감성능을 구현하고, 이러한 성능이 10년간 유지되며 관련 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제작됐으며, 불법은 없었다는 인상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벤츠의 디젤 승용차에는 인증시험 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로 인해 일상적인 주행 환경인 시동 후 약 20~30분이 경과된 실도로주행에서는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돼, 질소산화물이 배출허용기준의 5배에서 최대 14배까지 과다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30분 이상의 주행이 하루에도 400만 건이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를 예외적인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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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출가스 저감성능 광고./사진=공정위 |
또한 벤츠 측은 SCR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능이며, 이러한 성능에 대해 전형적인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90%까지 줄인다’, ‘최소치로 저감한다’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최고라는 인상을 주는 성능 표현은 단순한 기술 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더욱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줬으며, 특히 SCR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긴 채 자사 차량이 SCR의 이론적 최대 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정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임의설정은 불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설치를 강하게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에도 위반된다는 해석이다.
문종숙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앞으로도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인 성능이나 효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디젤게이트 초기의 아우디폭스바겐이나 FCA보다 제재 수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가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많았으며 광고 기간도 길어, 소비자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더 높았다”라면서 “특히 벤츠가 국내에서 매출액도 높았기 때문에 타 회사들에 비해 전체적인 과징금 액수도 높아졌다”고 답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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