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비교적 저렴한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2건 가운데 1건은 빌라로 조사됐다. 202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보다 통상 월간 2∼3배까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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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부동산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빌라./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1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2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6만48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건수 12만6834건의 51.1%에 달한다. 이 비율은 2006년 이래 연간 최고치다.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9%에서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1년새 오름폭이 13%p를 넘은 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비율(39.2%)은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빌라 매매 비율이 아파트 매매 비율을 웃돈 것은 2007년(빌라 44.0%·아파트 41.3%)에 이어 두 번째다.
지역별로 빌라 매매 비율은 은평구가 69.4%로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았고, 강북구(68.2%), 광진구(63.0%), 강서구(62.4%), 양천구(61.9%)가 60%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송파구(59.5%)와 금천구(58.3%), 관악구(57.9%), 강동구(53.2%), 마포·동작구(각 52.8%), 중랑구(52.1%)의 빌라 매매 비율도 50%를 상회했다.
통상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 매매량보다 월간 2∼3배 차이를 보였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지난해 매매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정부 주택 매매 통계 기준)는 4만9751건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7.0% 급감했다. 5년 평균치와 대비하면 '반토막' 수준인 49.5%로 감소했다.
빌라 매매비율이 증가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거안정을 바라는 수요자들이 비싼 아파트 대신 빌라로 몰린 것이다. 작년 12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한국부동산원 시세 통계 기준)은 11억5147만원으로, 빌라 평균 매매가(3억5284만원)의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부터 신규 취급되는 대출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작년 1월부터 이달까지 14개월 연속으로 빌라 매매 건수가 아파트 매매 건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1월과 2월 서울 빌라 매매(계약일 기준)는 각각 2121건, 93건을 기록했다. 이 기간 아파트 매매건수는 776건, 29건에 불과했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추세가 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빌라 거래량이 늘고 있는 이유는 높은 아파트 가격 때문"이라며 "4인 가족이 살고자 내집마련을 하려면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아파트의 경우 10억원(84㎡)이 훌쩍 넘는데, 빌라의 경우는 10억원 이하로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고, 또한 재개발 재건축 개발 기대감 등으로 수요층이 올해도 빌라를 쏠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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