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기념일을 예상 밖으로 조용하게 보냈다. 이에 앞서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 열병식 준비 상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적이 있었지만 기념일 당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을 볼 수 없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부친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경축행사의 주무대도 평양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삼지연으로 옮겨졌다. 삼지연은 김일정 주석의 항일투쟁을 상징하는 ‘혁명성지’로도 불린다.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는 이 시기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을 15일 오전 삼지연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참석만 전했을 뿐이다. 이후 경축공연 및 경축행사가 있었지만 김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김정은 메시지’ ‘김정은 참배’는 물론 ‘평양 조명’도 없었던 상당히 이례적인 김정일 생일 이후 한반도 긴장수위는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기해 분수령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월 7차례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로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이미 준비 중인 열병식 개최는 물론 ICBM 시험발사 가능성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1월 20일 김 총비서의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했다. 따라서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난 3월 중순부터 4월 김일성 생일 사이 ICBM 시험발사로 도발의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0일 서울외신기자클럽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1월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한 것의 배경을 우선순위로 꼽자면 국내정치 일정, 국방력 발전 계획, 미국 압박 등 순서”라며 “3월에서 4월 15일 김일성 생일까지 지난 1월처럼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
|
▲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 8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6일 저녁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2.2.17./사진=뉴스1
|
그는 “이미 수소폭탄실험까지 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중국 반발 등 손실이 더 큰 만큼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중국 동북지방에 지진 피해가 있었고, 백두산 화산 폭발을 우려하는 중국이 강력하게 핵실험을 반대하고 있다. 또 핵실험장 복구에는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앞으로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4월 15일 전에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1월 21일 국회에 출석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10년 전인 2012년 4월에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이해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했다. 하지만 이 로켓 발사는 실패했고, 북한은 같은 해 12월 ‘광명성 3호 2호기’를 탑재한 로켓을 재발사해 초보적인 위성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북한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위성 발사 및 우주개발 의지를 보여왔으므로 김일성 출생 110주년이 되는 올해에 다시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북한이 지금까지 모형만 공개하고 비행 실험을 하지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형, 북극성-5형의 시험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 영변 핵시설의 활동을 본격 재개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할 수 있으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형 고체 엔진 연소실험도 예상된다.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높이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4월 15일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정 센터장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 동안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는 5월 출범할 한국의 차기 정부가 미 행정부 및 중국 정부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및 수준,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대북 상응 조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향후 5년 동안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북한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까지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