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토론 내내 '대장동' 감정 싸움...정책 경쟁 사라졌다는 비판도
유권자 관심에 관심없는 대선 후보들 거친 말싸움에 TV토론 무용론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주관으로 열린 첫 TV토론에서 이재명·윤석열 두 대선 후보는 "법카횡령", "윤석열 죽어" 등의 거친 단어를 주고 받으면서 토론 내내 난타전을 치렀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남은 토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TV토론이 도대체 무슨 소용있냐?"는 회의론까지 팽배하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MBC에서 경제를 주제로 열린 TV토론에서 윤 후보를 향해 “국민을 갈등시키고 증오하게 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곧 경제의 위기를 불러온다”며 윤 후보의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을 겨냥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이야기를 하시더니 지금 경기지사 법카(법인카드) 공금 횡령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며 “(법인카드 논란) 여기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본인이 엄정하게 책임지는 게 민주주의고 사람들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게 경제 발전 기본이 아니겠느냐”고 받아쳤다. 

   
▲ 중앙선관위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가 경제를 주제로 2월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터넷신문협회

그러자 이 후보는 “안 보여 드리려 다가 꼭 보여드려야겠다”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자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꺼내 들었다. 

손팻말에는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후보는 손팻말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이게 녹취록에 나온 이야기”라고 윤 후보를 압박했다. 

윤 후보는 “(김 씨와 정 회계사) 그 사람들은 이 후보와 훨씬 가까운 측근”이라며 “그 녹취록 끝부분에 가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 씨가 한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허위 사실이면 후보 사퇴하시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120분 간의 TV토론 내내 대장동, 법카 횡령, 주가 조작 등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에만 치중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을 두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재명-윤석열 모두 기승전 대장동이었다"며 "특히 윤 후보는 현안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하고 본인의 경제 비전과 경제 공약들 중 대표적인 걸 유창하게 설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도 자신이 경제는 잘 아는 것처럼 늘 얘기했는데, 어제 토론에서 보면 빈틈이 많았다"며 "대표적으로 기축통화 문제라든지 심상정 후보가 언급한 세금을 '배당'으로 포장한 것 등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경제 부분의 지식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며 "그런 면에서 경제 분야 토론은 두 후보 모두 억지로 질문하고 억지로 대답하고, '동문서답'하고 회피하는 변별력 없는 TV토론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나치게 '대장동'만 강조한 부분은 아쉽다"면서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네거티브 위주고 공격을 하면서 정작 경제 정책 비전에 대해서 국민들께 설명 드릴 기회가 적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 후보는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경제가 위기를 겪는다”며 “경제는 아무렇게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력으로 검증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후보는 “민간과 시장을 존중해서, 민주당 정권에서 여러분이 고통 받았던 일자리, 집값 문제들을 제가 잘 해결하겠다”고 했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TV토론은 오는 25일과 다음 달 2일에는 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