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장비 수출 통제 등에 보조 맞출 듯
바이든 “반도체 등 59개 품목 러시아 수출금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對) 러시아 제재 행보에 동참하겠다고 공식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제재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비상 TF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의 대러 제재 참여 시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영향을 미리 점검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이날 경제부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 및 대외경제 현안 전문가 간담회, 금융위원장 주재 금융시장점검회의 등을 개최했다.

전날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수출 통제 및 제재 조치에 참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정부로서도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후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별도의 독자제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취한 것과 같은 한국의 직접적인 금융제재는 없을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러 제재 동참 방식과 관련해 “우리만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 제재를 하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연결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4일 대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와 함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정보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적용했던 경제제재 방식이다.

   
▲ 우크라이나 사태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FDPR은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되었을 경우 미국산으로 간주해 별도의 허가 심사를 거쳐서 인정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어 미국은 25일 러시아를 상대로 반도체, 컴퓨터, 정보 통신 등 7개 분야에 대해 강도 높은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공조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므로, 전략·방산 품목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제재도 연동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수출 및 현지 생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해온 반도체와 자동차,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전자기기 등 품목에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 대상국이다. 특히 자동차·부품이 러시아 수출의 40.6%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또 수입에선 나프타·원유·유연탄·천연가스 에너지 비중이 70%를 넘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개시한 이후 25일 현재 동부와 북부, 남부 등에서 동시다발 공격을 펼치면서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즉각 러시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국책은행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를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했다. 또 미국은 23일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도 취했다.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푸틴 대통령 측근 재벌 3명의 자국 내 자산동결을 발표했다. 일본은 러시아 국채 발행 중단과 DPR·LPR 지역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또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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