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크리스천 젠더(Christian Zehnder) 등은 후세에 남을 기념비적 심리실험(Power; Leadership; Corruption; Testosterone; Dictator game)에 나섰습니다. 당시 연구 당사자들도 몰랐겠지만 이 실험은 후에 수많은 논문과 저서에 인용되는 인기를 누렸고 그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험 내용은 'Leader corruption Depends on Power and Testosterone'는 보고서로 깔끔하게 정리됐습니다. 제목에 지도자의 부패, 권력 등의 단어가 들어있으니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졌을 게 자명합니다.(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권력자에게서 급증한다는 결과도 의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실험은 권력의 강도를 3단계로 나누는 '독재자 게임'입니다. 첫 번째 '낮은 권력' 단계의 독재자는 다른 한 사람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독재자는 60:40, 50:50, 90:10 중 한 가지 비율을 마음대로 선택해 돈을 분배할 수 있습니다. '중간 권력' 단계 독재자는 분배 비율은 똑같지만 세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권력' 단계 권력자는 '중간 권력' 단계 권력에 더해 극한의 불공정 상태인 96:4라는 추가 권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예감하신 대로 권력의 크기가 커질수록 권력자의 이기심은 급증했습니다. '낮은 권력'에서 '중간 권력'을 거쳐 '높은 권력'으로 옮아가면서 불공정 비율은 39%, 61%, 78%로 상승했습니다. 힘이 세 질수록 독재의 횡포도 커졌습니다.
다음 실험 결과가 백미(白眉)입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참가자 집단을 대상으로 리더가 자원 분배와 같은 권력을 가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위를 물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타인과의 공정이 당연하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잠시 후 위와 같은 '독재자 게임'이 실시됐습니다. 결과는 당혹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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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악의 네거티브 양상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결국 국민의 손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민주적 결단이 그 어느 때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미디어펜 |
참가자들은 막상 권력을 쥐자 자신의 말을 뒤집었습니다. '낮은 권력' 집단 가운데 자신의 말을 지켜 공정을 실천한 경우는 절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높은 권력' 집단의 경우 자신의 원칙을 관철한 참가자는 20%에 불과했습니다. 권력은 커질수록 부패할 뿐 아니라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결과는 실험실 안으로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 하원의원이었던 존 달버그-액턴은 1887년 성공회 주교인 크레이턴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크레이턴은 과거 역사를 정리하는 능력을 가졌으나 교황은 물론 왕 같은 권력자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논란의 중심인 교회의 마녀 사냥, 고문 등에서 교황의 잘못 없음을 주장합니다. 마치 '권력 무오설'에 빠진 양 교황이나 왕 같은 권력자를 평가할 때는 잘못이 없음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액턴은 지위 높은 혈통과 영지를 가진 귀족이었으나 크레이턴의 오류를 준엄하게 심판합니다. 편지에서 액턴은 "우리가 교황과 왕을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판단해야 하고 그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호의적인 전제를 두어야 한다는 귀하의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제를 두어야 한다면 반대로 권력을 가진 이에게 불리하게 두어야 하고, 권력이 커질수록 전제도 커져야 합니다. 역사적 책임은 법적 책임의 빈 곳을 메워야 합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대인은 거의 모두가 악인입니다."
맞습니다. 이 편지에서 그 유명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구가 탄생했습니다.
종반전을 넘어 끝내기 수순을 밟고 있는 대통령선거전이 숨 가쁘게 합니다. 선거 막판 여야 유력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소식란을 뒤덮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김동연 전 부총리를, 윤석렬 국민의힘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품었다는 내용입니다. 누가 이익인지는 3월 9일 나올 손익계산서가 설명하겠지요. 여기서 후보사퇴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가 밝힌 소회를 반추해 봅니다.
그동안 정치소신으로 강조한 선거 완주 입장이 어떻게 급변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했습니다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인구에 회자되는 국무총리 내락설, 당대표 내락설 등을 떠오르게 하는 답변이자 어떻게든 권력을 향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양보한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권력의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 선거캠프는 이 후보 당선시 김 전 부총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 공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데 국민 여론 역시 그러합니다.
선한 권력행사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의 포부를 폄훼할 뜻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의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근대 정치사(政治史)가 보여준 장면과 기억은 앞의 실험 결과와 유사합니다. 아니 완벽히 일치합니다.
선거전에 나선 정치 리더들이 권력을 쟁취키 위한 위선적 욕망만 가득해 보이니 걱정입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들 권력을 감시할 국민마저 이해당사자로 쪼개져버린 현실입니다./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미디어펜=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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