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북유럽 태도 바꿔 안보지형 급변, 미·유럽 vs 러·중 구도 선명해져
다음 전쟁터 대만 될 수 있다는 우려 나와…내부서 군사력 강화 목소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러시아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5일 현재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신냉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질서에 러시아가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본격 뛰어든 패권 전쟁에 북한이 편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참여국인 인도도 러시아 편에 섰다. 

반면, 러시아와 천연가스관 사업을 진행하던 독일이 ‘노드스트림2’ 사업을 철회하면서 러시아에 선을 긋고 나섰고, 오랜 기간 군사적 중립을 지켜오던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등 유럽의 안보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해 의결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기로 한 금융제재가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전세계가 연결됐던 금융 분리가 실현됐다. 

1973년 벨기에에 설치돼 200개국 1만1000여개 기업이 사용하는 달러 경제망에서 이번에 러시아 은행 8곳의 거래가 금지됐다. 현재 러시아의 300여개 은행이 스위프트에 가입돼 있고,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스위프트 결제 건수가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불거진 국제사회의 재편 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전쟁 명분도 자국의 안보를 지키려는 것인 만큼 강대국들의 충돌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유엔과 같은 다자협력기구의 기능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국이 주도해왔던 자유주의 패권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모습./사진=YTN 방송화면 촬영

이어 김 교수는 “미국도 이미 단일 패권질서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말기’ 냉전적 세계관을 계승해 진영간 경쟁을 추진해왔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해 중국-러시아-북한-이란-시리아로 이어지는 권위주의의 축에 맞설 것을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다음 전쟁터는 대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내부에서도 불안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최근 툭하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전투기를 출격시켜왔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남중국해에서 해상군사훈련도 진행했다. 

대만에서는 중단됐던 징병제 부활 의견 등 군사력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대만 언론 쯔유시보는 입법원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출생률 저하로 2039년에는 모병제 지원 인원이 5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징병제 부활 필요성을 제기했다. 1일 대만 의회에서도 징병제 부활 가능성이 거론됐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지도자들의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의 충격이 대만과 동아시아에서 메아리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중국이 러시아와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 대만의 비상사태는 곧 일본의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중국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한 대만 정책을 견지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과 조국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는 "인도·태평양을 따라 조성되었던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의 접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미·러 간의 전략경쟁으로 전선이 넓혀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과는 양안 문제에 대한 시사점이 크다. 미국의 쇠퇴가 기정사실화된다면 중국 역시 행동에 나서도록 고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5일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상태이다. 이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하고 자포리자 원전에서 러시아 군병력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결의안이나 성명 채택 같은 공식 조치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청을 거절했다. CNN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4일 “비행금지구역을 실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항공기를 우크라이나 영공에 보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는 것”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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