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향후 미래 전동화 전략을 공개하며 핵심부품인 배터리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3개브랜드를 통해 오는 2030년에 연간 307만대 전기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배터리 물량 역시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배터리는 연간 총 289GWh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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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기반의 GT(Gran Turismo) 콘셉트카 '제네시스 X'. /사진=제네시스 제공 |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일과 3일 각각 CEO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전동화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사업 전략 및 재무 목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17종 이상의 전기차(EV)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현대차 152만대·제네시스 35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날 기아도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 목표량 400만 대 중 30%인 120만대를 전기차 판매 목표치로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를 2670만대로 보고 있다.
이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187만대, 기아 120만대, 합산 307만대 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1%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1년 전 제시한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양사의 2030년 전기차용 배터리 연간 수요량은 총 289GWh가량이다.
현대차의 경우 2030년 170GWh의 배터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조달 계획을 수립했고, 기아는 올해 13GWh 수준의 배터리 수요가 2030년 119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155GWh)과 SK온(40GWh), 삼성SDI(42GWh)의 현재 배터리 연 생산능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5년까지 400GWh로, SK온은 220GWh로, 삼성 SDI는 110GWh로 증설을 예정하고 있지만, 증설 물량의 상당부분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해외 업체들을 위한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목표에 상응하는 규모의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3사와 해외 생산기지 연계 배터리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하거나 해외 업체들과 추가로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등의 노력이 불가피하다.
막대한 개발비와 제조원가로 인해 이익을 내기 힘든 전기차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조달 비용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 현대차는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배터리 타입도 LFP(리튬인산철)까지 확대하는 등 전기차 판매규모 확대에 대응한 '배터리 종합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전기차 생산기지를 한국과 체코 외에 글로벌 주요 생산 거점들로 확대한다는 전략에 따라 배터리의 현지 조달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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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지난 IAA 모빌리티 2021에 전시한 아이오닉6의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사진=현대차 제공 |
우선은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 CATL 같은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인 물량을 조달하면서, 이들과 제휴를 통해 전기차 생산 거점에서 배터리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일종의 전기차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설립하는 10GWh 규모 배터리셀 공장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은 최근 아이오닉 5 생산을 시작했으나, 국내 울산공장으로부터 반조립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는 반조립(CKD) 방식이다.
하지만 오는 2024년부터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가동할 경우 연간 15만대 분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이 가능해져 온전한 현지생산 체제가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이같은 방식의 배터리-완성차 생산기지 조합을 미국 등 다른 주요 시장에도 구축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 이후 적용 예정인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의 50%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더해 LFP배터리까지 배터리 타입을 다변화하는 것도 현대차의 새로운 배터리 조달 전략이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 대신 가격이 NCM 배터리보다 30%가량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적은 게 장점이다.
최근 들어 배터리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공정에서 셀을 바로 팩에 연결하는 CTP(Cell to Pack) 기술이 개발되며 LFP 배터리의 단점이 개선되고 있고, 니켈·코발트·망간 등 광물 가격 급등으로 NCM과의 가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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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가 지난해 LA오토쇼에서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 카 더 기아 EV9을 공개했다. /사진=기아 제공 |
현대차가 LFP 배터리 채용을 결정한 것도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흥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야 하는 만큼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향후 선진 시장‧고급차 라인업에는 NCM 배터리를, 신흥 시장‧중저가 라인업에는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식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배터리 공급업체 다변화 계획도 밝혔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국내 배터리 3사 외에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지만 이보다 더 다양한 업체로 공급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현지 생산체제가 갖춰지면 현지 배터리 업체로부터의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LFP 배터리 탑재를 결정한 것도 공급선 다변화 전략과 맞물린다. 현재 SK온이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지만, 현재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 위주로 형성돼 있다. CATL로부터 공급받는 배터리도 NCM에서 LFP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아는 2030년까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50% 높이고, 가격은 4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도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내재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R&D(연구개발) 측면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배터리도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신차 개발 못지않게 배터리 수급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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