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 진학...사시 9수만에 늦깎이 검사된 후 검찰 수장까지
"사람에 충성 안해"...2012년 대선 국정원 개입 사건 수사로 스타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월 10일 새벽 48.6%를 득표해 대한민국의새로운 대통령에 당선됐다. '0선 정치 신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정권교체'라는 이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던 강골 검사 출신의 윤석열 당선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삶을 짚어보기로 한다. 

윤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친가는 충남 논산, 외가는 강원도 강릉이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 공식선거 운동 때 '충청의 아들'과 '강원의 외손'을 자처하면서 충청 표심과 강원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꾸기도 했으나 부친의 반대로 법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득불평등에 평생을 바친 명망있는 경제학자이지만 그는 오히려 경제학은 '구름 잡는 학문'이라며 아들에게 법대 진학을 추천했다고 한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윤 당선인은 대학생 시절,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직전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교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화도 유명하다. 윤 당선인은 그 사건으로 외가가 있던 강원도 강릉으로 석 달 간 피신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윤 당선인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만 않았다. 8전 9기,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는 늦깎이 검사로 평범한 이력을 거치다가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검찰 내에서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그는 잠시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1년 만에 "검찰청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통 검사가 됐다.

   
▲ 윤석열 당선인의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 모습./사진=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윤 당선인이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다. 

윤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 조작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았고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윤 당선인은 이후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터진 뒤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등판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019년에는 기수를 파괴하고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됐다.

   
▲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면서 촉발한 여권과의 갈등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 개혁으로 극에 달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하고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감정의 골을 더욱 깊어졌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까지 추진하는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기조가 가시화되자 윤 당선인은 지난 2021년 3월 4일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광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의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 끝에 결국 검찰총장직을 내던지고 광야로 나오자 보수야당은 일제히 윤 당선인을 향해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또,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검찰총장직을 던진 후 3개월 남짓 두문불출하던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29일 "국민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또, 한 달 뒤인 7월 30일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윤 당선인은 52세에 12살 연하인 김건희 씨와 결혼했다. '애처가'라고 불리기를 마다치 않는다.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윤 당선인은 '한 자리에서 맥주 3만cc를 마신다'고 할 정도로 주량이 세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테인리스 팬으로 달걀말이를 타지 않게 부쳐냈을 만큼 요리를 즐겨 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