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좌파에 의해 훼손된 노래¨헌법정신과 정면으로 상충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 5.18 기념곡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1980년 이후 노조, 시민단체 등이 국민의례 시 애국가 대신 제창하고 있는 이 곡은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다. 2008년 광주 5.18 행사 후 정부기념식에서 국민의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본 행사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에 일부 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기념식 행사에 불참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정된 기념곡이 없다. 애국가도 물론이다. 애국가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될 경우, 이는 우리나라 공식 1호 기념곡이 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은 광주 5.18 기념곡 지정관련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일 프레스센터 석류홀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노래며, 정부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을 왜 반대하는지 풀어쓴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조우석 문화평론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노래

정부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다섯 가지 이유

운동권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시비로 한국사회가 다시 소모적 논쟁에 빠져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노래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 광주 혹은 광주5.18)의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게 타당한가를 둘러싼 논란인데, 올해 5.18광주 35주년을 앞두고 우심해진 상태다. 곤혹스러운 건 이게 정부 대 광주 민주화단체 사이의 갈등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국회와, 지정은 곤란하다는 정부의 입장차까지 겹쳐 혼란양상을 보인다.

2년 전 국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결의안 표결 당시 재석의원 200명 중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13명이며, 찬성이 158명이었다. 찬성표를 던진 사람에는 상당수의 야당 의원은 물론 지금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포함되니 일단 범 국회 차원의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대통령-여야대표 3자 회동에서 이 사안이 다시 불거지며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당시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이 노래를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줄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의 발언은 “5.18 기념식에서 모두가 이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는, 다소 완곡한 요청이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보훈처와 논의해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답하는 선에서 그쳤다. 대통령이 원칙 천명에 그친 것은 우회적인 거부의사로 봐야 한다. 당시 대통령은 “한마음으로 진행될 행사가 갈등을 유발할 순 없다”는 발언을 했다. 다만 그날 회담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문 대표의 발언 끝에 “제가 5.18 행사에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말을 받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에도 인식차를 드러낸 안타까운 대목이다.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공동주최한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긴급토론회 전경.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정부 지정에 반대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상세히 밝히며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런 상황에서 올해 5.18 기념식에서 이 노래의 제창은 일단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광주지역 민주화 운동 세력은 5.18기념식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받은 데 이어 이 노래까지 공식기념곡으로 만들어 5.18을 장식하는 마지막 아우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걱정스러운 건 이런 움직임이 이른바 호남정서를 자극하면서 기왕에 과도하게 부풀려져왔던 민주화의 가치를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논리가 왜 부적절한 지를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지적하려 한 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대안인가에 대한 개인적 소견도 함께 밝힐 생각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 불가한 다섯 가지 이유를 짧게 요약하자면, 첫째 그런 움직임이 현행 애국가의 위상이 흔들기 때문에 우선 반대한다. 애국가는 국가 공식기념곡으로 지정이 안 된 게 현실이며, 관습에 의해 불려지고 있다. 애국가에 대한 법적 지위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운동권 노래에 공식기념곡의 지위를 먼저 부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판단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해 일어난 제주4.3사건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며 지난해 처음으로 정부주관 행사로 치러졌다. 그게 정부당국 스스로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결과라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광주5.18을 둘러싸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건 정상에서 멀다. 국가적 자해(自害)를 가져올 게 뻔한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건 양식있는 시민의 의무다.

셋째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던 2년 전의 국회 결의문이 단순한 지역주의 혹은 호남 포퓰리즘에 국회가 여야 구분 없이 휩쓸린 것은 아닌지를 이글은 따져 물을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만든 두 개의 가치는 산업화와 민주화인데, 국회 결의안은 민주화 쪽에 너무 경사됐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필자는 그런 지적이 왜 타당한 가를 2년 전의 국회 결의문의 ‘부실 내용’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증명해보이려 한다. 기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디테일과 보급과정에 대한 분석도 곁들여 왜 이 노래가 정작 5.18 당시 시위현장에서 불려진 바 없다는 것을 국회가 간과했는지도 따져물을 생각이다.

넷째 이와 동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북한에 의해 ‘가치를 훼손당한 노래’가 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려 한다. 이 노래는 1991년부터 북한에서 제작한 5.18 선동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황석영-리춘구 공동 대본 작업)에 삽입됐다. 소설가 황석영은 밀입북한 뒤 그 시나리오를 썼으며, 결정적으로 이 영화 제작 때 음악을 담당한 이가 종북주의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이 영화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삽입한 것도 바로 그였다. 대한민국에 반역한 자의 손때가 묻은 이 노래를 어떻게 공식기념곡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가? 그건 도저히 안 된다.

다섯째 ‘임을 위한 행진곡’은국민 모두의 노래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혔듯 한마음으로 진행되어야할 행사가 갈등을 유발할 순 없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노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었고, 이미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직‘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민 모두의 노래 아니며, 갈등을 유발할 뿐이라면, 이 노래에 대한 공식기념곡 지정은 절대 불가하다. 대안이 있다면 국가보훈처가 제시했던대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제3의 노래 작곡 의뢰뿐이다.

‣ 반대 이유1 = 지금 애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이 보급하는 ‘3도 낮춘 애국가’가 장송곡 풍의 힘 빠진 애국가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 추진됐던 사안이고, 변성기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교육적 배려라는 변명도 있지만 전교조가 애국가를 반신불수로 만들려는 시도의 하나라는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당시 애국가 문제는 학교 교실을 둘러싼 교육적 논쟁이자, 동시에 노골적인 정치논쟁 양상을 보였다.

사실 애국가 논쟁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전후 교육현장에서 사라진 애국교육의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걱정은 무기력한 공권력이 지금처럼 하나씩 좌파에게 양보를 하다가는 ‘애국가 흠집내기’에 이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旗)를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10년은 ‘애국가 수난사’‘애국가 훼손의 역사’였다. 2003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인 유시민이 “애국가를 부르게 하는 것은 군사독재와 일제잔재가 청산되지 않아 생긴 파시즘의 잔재”라는 충격적 망언이 출발이었다. 애국가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적반하장 격의 독설도 그때 그는 내뱉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공동주최한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긴급토론회 전경. /사진=미디어펜 

이후 이어진 각종 민중의례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례 규정’을 대통령 령(令)으로 만든 게 2010년의 일이다. 그때를 전후해 전임 대통령 시절 각종 의례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흔들면서 제창하던‘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여파는 간단치 않았다. 2년 뒤인 2012년 전 통진당 의원 이석기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며, 차라리 아리랑을 부르자”는 엉뚱한 제안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음정을 3도 낮춘 맥빠진 애국가의 등장은 우연만은 아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의 연출이 있고, 그게 이 사회에 광범위한 반 대한민국 정서 속에서 차곡차곡 움직인다는 느낌마저 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는 움직임은 그런 움직임의 연장 혹은 반영이라는 혐의를 우리는 지울 수 없다. 그 뿌리는 깊다. 11년 전 당시 대통령 노무현도 애국가를 무시했다. 탄핵 후폭풍으로 의석을 크게 늘린 그는 2004년 집권여당의 젊은 당선자 33명과 함께 한 청와대 공식모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그때 애국가는 다시 상처를 입었다. 그 일을 전후해 좌파들은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대표적 친일파로 규정했고, 기회에 애국가도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다시 불거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논란의 와중에 새삼 돋보이는 건 주무부처 국가보훈처다. “보훈처와 상의해서 풀어가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새삼 주목받게 된 보훈처는 이 노래의 5.18 기념곡 지정이 과연 헌법정신과 보훈정신에 맞는가를 따지고 있는 모양새인데, 그들이 견지하고 있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결정적으로 현행 애국가도 법적 지위가 없는 상황에서 운동권 노래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5.18 관련 단체들이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두 곡에 동시에 공식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꼼수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애국가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와,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을 일괄 타결하자는 안인데, 그것도 불가하다. 격이 다른 두 노래는 맞비교 내지 거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확인하지만 애국가는 해방과 건국 이후 국민적 합의 속에 불려진 국민의 노래다. 이에 비해‘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빌미로 등장한 길거리의 노래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 반대 이유2 = 헌법정신과 정면에서 상충된다

이미 알고 계시듯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적 행사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제주 4.3평화재단이 공동 주관하던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는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한다. 지난해 우근민 제주지사는 “4.3 추념일 지정은 지난 2000년 4.3특별법 제정과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더불어 제주 4.3의 해결에 한 획을 긋는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회통합과 국가정체성의 원칙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빚어진 혼선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국가기념일 지정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흔들고 정체성을 그늘지게 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1948년 당시 38선 이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5ㆍ10 총선 일정이 공표되자 남로당이 ‘2ㆍ7 대구폭동’에 이어 4월 3일 제주 관내 경찰관서를 습격했던 ‘준(準) 전시상황’이 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저지하려 했던 제주 4.3을 국가가 앞장서 기념할 수는 없다.

   
▲ 제주 4. 3사건을 기념하기위해 조성한 평화공원. /제주평화공원 사이트 

헌재도 2001년 특별법 위헌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헌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사건 발발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주도적ㆍ적극적으로 살인ㆍ방화 등에 가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을 훼손한 자들을 희생자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그들의 이른바 여론에 대한 영합과 지역 영합의 태도는 비판 받아야 한다. 지난해 초 안전행정부의 예고안에 대해 ‘도민 화합의 첫 발’(새누리당 제주도당), ‘도민의 60년 숙원’(민주당 제주도당)이라며 여야는 환영 일색이었다.

무조건적 통합이란 원칙 없는 논리다. 사실 제주 4.3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선거 공약에서 출발했다. 그건 유감천만한 일이었다. 희생자 추모는 당연하지만, 반 대한민국 폭동의 주모자까지 추모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었고, 그건 원칙 없는 정치 논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주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정치논리에 경계를 한 분은 정경균(81) 서울대 명예교수다. 6.25 때 제주도 피난시절 4.3사건을 접했던 그는 4.3사건의 국가추념일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안전행정부에 보냈다. 당시 그의 지적은 광주 5.18에도 똑 같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4.3사건을 정부가 주동해서 기념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바치는 것과 손톱만큼도 차이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공무원과 선량한 국민들은 정신 바짝 차려서 종북 좌파의 농간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정치논리로 국가가 기념하는 것은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국가적 자해(自害)행위가 될 것이라는 한 일간자의 용기 있는 사설에 저는 공감을 합니다. 일부 한국사 교과서가 4.3사건 주모 세력과 의도는 외면한 채 진압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위령의 선을 넘어서는 국가기념일 지정은 재고(再考)돼야 합니다.”

반복하지만, 지금‘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움직임에도 원칙 없는 정치 논리가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 또 하나의 제주 4· 3으로 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다. 원칙 없이 하나를 양보할 경우 둘 셋으로 이지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그 경우 기왕에 훼손됐던 대한민국 정체성은 더 흔들릴 것이다. 악성의 후유증도 오래 간다.

   
▲ 제주4.3사건 희생자명단에는 5.10선거를 방해하려는 남로당 반란군 주모자들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추모식을 주관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평화공원내 희생자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제주평화공원 사이트 

일테면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 4·3 평화공원에 안치된 희생자 가운데 골수 좌익 계열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만나 박 대통령의 참석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는 게 이 모두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다. 현지 주민들은 괜히 서운해 하고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부담스러운 일이 누적되지 않으려면, 광주 5.18도 화근을 키우면 안 된다.

‣ 반대 이유 3= 국회의 원칙 없는 정치 논리가 화근이다

결정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던 2년 전 국회가 지역주의 혹은 호남 포퓰리즘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 이점 굳이 여야를 구별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묻는다. 민주화의 가치에 대한 과도한 평가가 국정운영의 한 축을 맡은 지금의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구심은 2년 전의 국회 결의문 내용 때문인데, 필자가 기명 칼럼에서 밝혔듯이 실로 어이없는 수준이다. 결의문은 단 네 개 문장밖에 안되는데도 맞춤법도 틀리고, 사실관계도 오류 투성이다. 다음은 전문(全文)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문. 최근 몇 년간 5.18 기념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하고 새롭게 기념노래를 제정하려 했지만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어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이후 33년 동안 추모행사 등에서 언제나 울려 퍼졌던 상징적인 노래이다. 이에 대한민국 국회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깃든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6월 27일 대한민국 국회”

결의안 찬성에는 재석의원 200명 중 158명이 합류했고, 그중 지금의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포함됐는데, 그렇게 채택한 결의문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우선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초보적 실수를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맞다. 단순실수라기 보다는 은연중 북한 표기법을 따랐던 것은 아닐까라는 일부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새민련 소속 386 출신이 초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 의구심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결의문은 사실관계도 파악 못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33년 동안 추모행사 등에서 울려 퍼졌다"라는 대목이야말로 또 다른 오류다. 2013년을 기준으로 33년이 아니라 31년이 맞다. 즉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당시 시위현장에서 불려진 바 없기 때문인데, 그게 진실이다. 광주 시위가 마무리된 2년 뒤에 탄생한 것이 이 노래다. 기왕에 알려진 대로 이 노래의 가사는 소설가 황석영의 만들었고, 작곡가 김종률이 멜로디를 붙여 탄생했다.

황석영이 인정하듯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민중운동가 백기완이 교도소에 투옥되어있던 1980년 말에 쓴 시 ‘묏비나리’의 후반부를 황석영이 추려 만든 것이다. 원시(原詩) 자체가 광주 5.18 이후 만들어졌다는 게 중요한데, 이걸 리메이크한 가사에 당시 전남대생 김종률이 가락을 넣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 노래의 첫 등장도 광주 시위가 마무리된 지 한참 뒤인 1982년 2월이다. 1980년 5.18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윤상원과, 야학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그 한 해 전인 1979년 사망했던 박기순과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고, 결혼식에 맞춰 첫 공개됐다.

최근 좌파매체 ‘오마이뉴스’는 “민주의 노래를 유신잔당 박근혜가 못 부르게 해-백기완 소장과 강기정 의원의 5.18묘지 시국방담”이란 기사(3월29일자)에서 그 점을 새삼 재확인해줬다. 즉 5.18당시 시위현장과 직접관련이 없다는 것, 당시 사망한 남자가 그 전 이 일과 무관하게 사망했던 젊은 여성과의 사이를 맺어준 망자(亡者)끼리의 결혼식용 노래였을 뿐이다. 이후 이 노래는 신군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널리 불려진 노래의 하나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때문에 국회 결의문의 내용대로 이 노래를 두고 “상징적인 노래”라고 하는 것도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 이런 길거리 노래를 가지고 국회가 장황하게 여야 구별없이 공식 기념곡으로 하라고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그래서 국가공식기념곡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회만큼 민망한 건 따로 있다.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하는 건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다. 정의화 의장은 “국회가 정한 결의문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책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5.18묘지를 참배하면서 그렇게 태무심하게 말했던 게 입법부의 수장이었음을 기억해두자. 국회가 온통 호남 포퓰리즘에 편승하고, 턱없이 부풀려진 민주화의 가치를 추종하는 상황인데,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가 한 운동권 노래에 국가기념곡의 지위 부여는 어불성설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2년 전 국회 결의안은 권고사항일뿐이라면, 따져볼 걸 더 따져보자는 게 보훈처 입장이야말로 책임있는 자세다.

‣ 반대 이유 4 = 이미 북한과 종북좌파에 의해 훼손된 노래다

그러저런 이유로 김대중 정부-노무현 정부 때 이 노래가 5.18행사 때 주먹을 흔들며 합창을 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해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통할 순 없다. 결정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북한에 의해 훼손된 노래다. 이 노래는 1991년부터 북한에서 제작한 5.18 선동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황석영-리춘구 공동 대본 작업)에 삽입돼 반미 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용도로 북한 주민들에게 상영됐다. 소설가 황석영은 밀입북한 뒤 그 시나리오를 썼으며,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것은 종북좌파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이 영화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삽입한 것도 그였는데, 이후 이 노래는 순수성을 잃었다. 이제 이 노래에서 말하는 ‘임’이란 김일성을 지칭하고 있으며, ‘새 날’이란 사회주의적 변혁의 내일을 말하는 것으로 변질됐다.이런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건 작곡가 윤이상의 존재 때문이다. 1960년대 동베를린 사건의 주인공인 윤이상은 음악사적 공헌이 일부 있다고 해도 그가 대표적인 종북주의자로 악명이 높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관계를 잠시 재확인해보자.

19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2년 복역했던 그는 1971년 독일 국적을 취득하면서 한국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1972년 뮌헨올림픽의 일환으로 위촉받은 오페라 '심청'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작곡가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정치적 과오는 거듭됐다. 아니 반 대한민국 행위에 더 몰두했다. 문화예술로 포장된 인물인 윤이상이 거둔 성취란 문화 분야의 성공이라서 소중하지만 조국을 배반한 반역(反逆)행위는 윤이상 삶의 명백한 오점이다. 그는 스스로 통일운동이라고 하지만,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와 부인 이수자가 훗날 한국에서 펴낸 책 <내 남편 윤이상>상하권(창비, 1998년)에서 남편과 함께 평양에서 김일성을 수 차례 면담했던 일을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던 기억 때문이다. 그건 부부가 전체주의 독재자이자, 6.25 전쟁을 일으킨 전범(戰犯)에게 존경심을 표명했다는 얘기였다. 인류역사 최악의 악마적 체제를 만든 김일성에 대해서 이렇게 찬양하고 있다. “나(윤이상)는 김일성 주석을 대할 때마다 머리가 숙여진다.  그리고 나의 쓰라린 아픔을 쓰다듬어주는 크고 더운 가슴을 느낀다.”(<내 남편 윤이상> 하편, 109쪽)

윤이상 부부가 김일성과 자주 대면한 건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초로 가늠되는데, 그때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의 문턱에 있었다. 윤이상 부부는 그걸 눈치 챌 형편이 아니었다. 실제로 둘은 평양 교외에 살림집까지 제공받았다. 희한한 게 평양의 김일성은 다섯 살 연하인 동년배 윤이상을 “민족의 재간둥이”라며 마치 아이들 다루듯 했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윤이상의 독재자에 대한 정은 두터워져갔다는 게 아내의 관찰이니 결국 윤이상은 쓸모 있는 얼간이(Useful Idiots)였다.

레닌은 “우유부단하고 미련한 서방 세계의 지식인들이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땐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며 그들을 조롱한 걸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든 좌파 지식인들을 써먹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20세기 지식인 역사란 좌파적 가치에 눈이 먼 먹물들이 저질렀던 자발적 배신의 역사다. 놀랍게도 2년 전 결의안 채택을 할 때 국회에서 이런 점을 지적한 의원은 없었다. “5.18행사에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말한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말이 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인지를 깨닫길 바랄 뿐이다.

‣ 반대 이유 5 =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민 모두의 노래 아니다.

결론이다. 이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한마음으로 진행될 행사가 갈등을 유발할 순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 노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었다. 달리 말해 아직은‘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민 모두의 노래 아니다. 그점에서 3월 영수회담 직후 새민련 김영록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은 유감천만이며, 착종된 인식을 드러낸 것뿐이다.

그는 “청와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이 노래에) 반대하는 분도 있고 찬성하는 분도 있다고 했는데 이 같은 인식이야말로 5.18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대통령을 대상으로 겁박하는 모양새에 불과하다. 정치권이 균형을 못 잡으니 국론이 흔들이고, 현지의 언론도 지역 포퓰리즘에 편승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영수회담 직전 현지신문 ‘광남일보’의 사설이 그 전형적인데, 우리는 지금 이런 3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35주년 기념식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가보훈처는 이 문제와 관련 여전히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2013년 6월 27일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보훈처는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여론이 가만 있을 리 없다. 광주지역 338개 기관ㆍ단체로 구성된 5.18역사왜곡대책위(이하'대책위')는 어제 국회 여야 대표를 방문해 '님을 위한 행진곡' 5.18공식기념곡 지정과 역사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 등을 촉구했다. (중략)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 지정은 국민적 여론이자 국회의 결의안이다. 이 노래를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노랫말의 원 작자인 백기완 선생과 작곡가 김종률씨의 창작 목적이 분명하게 밝혀졌음에도 보훈처는 노래가 선동적이라는 등의 이유만 반복하며 지정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미적거리기 때문에 일부 극우단체들이 국가기념일인 5.18을 함부로 왜곡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명확히 대답해줘야 한다.”

졸렬한 논리에 떼쓰기 정서가 글을 덮는데, 이런 게 호남정서로 포장돼서 중앙정부를 어지럽게 하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다. 반복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민 사이에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노래가 아니다. 국론 분열을 재촉하는 건 이 노래를 공식기념곡이란 모자를 씌워주려는 쪽임은 물론이다. 혹시 향후 20~30년 뒤 남북간 통일이 자유민주주의 이념 아래 진행되고, 사회가 평온해지는 상태에서 이 노래의 위상이 다시 거론될 수는 있다.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이 노래의 공식기념곡 지정에 거듭 반대한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