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검찰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게 3번째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자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외투기업인 한국지엠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해외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 대한국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의 이탈 가속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 왔던 일이 정권이 바뀌며 불법이 되는 것은 외투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행정은 '코리아 엑소더스'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
▲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겸 CEO. /사진=한국지엠 제공 |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3일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19년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세번째 출국 금지 조치다.
카젬 사장은 지난 2020년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700여 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출국 정지됐고, 검찰이 출국 정지 기간을 연장하자 행정소송을 내 해당 조치가 해제됐다.
그러나 이후 검찰은 지난해 5월 카젬 사장의 출국 정지가 유지돼야 그에 대한 법무부 항소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두 번째 출국 정지 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선 이번 세번째 출국금지 조치로, 중국 상하이GM 총괄 부사장 부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카젬 사장이 올해 6월 1일 자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에서 이번 출국 정지 조치는 매우 유감스러운 처분"이라며 "현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하도급업체 운영을 적법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2012년에는 고용부로부터 우수 하도급 운영업체로 선정되는 등 수상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투자 국가의 행정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경영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정부와 협의 후 하도급업체 운영 등 제반 사항을 처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 모든 행위가 불법으로 취급되며 고발조치까지 들어간 것이 이번 한국지엠의 사건이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노조리스크가 큰 국가이자 기업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친노동자 정책과 함께 강화되는 기업규제 등은 이미 국내 기업들마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국내 시장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에게 갑작스런 행정 변화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중 하나다. 더욱이 국가권력 기관에서 책임을 물리기 위해 제재를 가하는 모습이 연출되면 새로운 기업의 유치는 물론이고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것이라는 우려는 몇 해 전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한국지엠의 문제는 카젬 사장이 부임하기 이전 전부터 부처와 소통하며 진행해 왔던 일이다. 즉 카젬 사장만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카젬 사장은 시장에서의 한국지엠 신뢰회복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사에 협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임기까지 연장됐다.
|
|
|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 두 번째)과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이 2020년 12월 21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2020년 임단협 조인식' 이후 노사교섭 마무리를 축하하며 악수 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
카젬 사장은 한국지엠의 효율화를 높여 손실액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업계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문제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으면 한국지엠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공장 자동화와 신차 개발 투자에도 지속적으로 진행중이다. 창원의 프레스, 차체, 조립 공장은 대대적 시설투자를 통해 최신식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창원공장에서는 2023년부터 차세대 글로벌 신차가 생산된다.
차세대 크로스 오버 유틸리티(CUV)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지엠 한국사업장의 수익성을 창출하는 핵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M은 2025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30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과정에서 한국공장은 포함돼 있지 못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의 전환되는 과정에 필요한 내연기관 모델은 한국지엠에서 꾸준히 연구개발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다. 한국지엠은 이미 글로벌 인기 차종인 소형SUV를 책임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는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카젬 사장이 이 같은 기틀을마련하는 데 일조했다데 업계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고, 이과정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카젬 사장은 검찰에 협조해왔다.
이런 카젬 사장에게 검찰이 재차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며 한국에서의 기업활동에 대한 제약이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결과가 됐다. 이에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카젬 사장은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을 기울였다. 강성노조의 만행 속에서도 협상에 직접 나섰고, 노사 화합의 물꼬를 트는 등의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다.
글로벌 GM의 한국생산기지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일감배정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고, 한국시장에서의 한국지엠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차 출시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며 철수설을 불식시키고 이미지 쇄신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한관계자는 "친노동 기조를 보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기존의 행보를 부정당하는 것은 억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노사간의 갈등이 해소되면서 이같은 정책의 방향성도 변화를 보일지는 지켜봐야 될 문제"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