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송파 둘레길’은 송파구(松坡區)를 둘러싸고 있는 4개의 하천인 성내천~장지천~탄천~한강을 잇는, 총길이 21km의 트래킹 코스다.
지난번에 장지천에서 한강까지 걸었으니,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한강~성내천(城內川) 구간을 걸어보자.
성내천은 길이 9.85km, 유역면적 34.11㎢이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안에 있는 ‘청량산’에서 발원, 송파구 마천동·오금동·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1970~80년대에 하천 제방과 바닥을 콘크리트로 조성한 결과, 유량이 부족해 1년 내내 메마른 건천(乾川)이 됐다가,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2005년 6월 복원됐다. 한강물과 지하철 용출수를 유입시키고,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난 수생식물 4만 7,000여 본을 심었다.
또 인공 섬을 조성함으로써, 어류·조류·곤충이 서식하는 자연하천(自然河川)으로 탈바꿈됐다. 자전거도로·물놀이장·분수대·징검다리·수변 데크 등을 갖추고 있다.
탄천(炭川)에서 ‘잠실한강공원’을 경유, 성내천까지 연결되는 ‘한강 구간’에서는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드넓은 한강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잠실종합운동장과 잠실 선착장, 한강공원, 캠핑장, 잠실어도(蠶室魚道), ‘생태화공원’ 등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3.2km를 완주한다.
또 한강(漢江) 합수부에서 성내천을 따라 ‘성내4교’까지 이어지는 약 6km의 ‘성내천 구간’은 푸른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시경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계절마다 다양한 옷으로 갈아입는 성내천은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벼농사 체험학습장’에서는 5월 모내기가 끝나면, 도심 속 농촌(農村)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야생화(野生花) 단지에서는 백일홍, 코스모스, 금영화 등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두 구간을 이어 걷다가, 몽촌토성(夢村土城)과 ‘올림픽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오늘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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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과 잠실대교/사진=미디어펜 |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에서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곧 탄천 변 고수부지로 내려설 수 있다. 오른쪽 잠실야구장(蠶室野球場)을 바라보며 천변을 걷기 시작한다. 왼쪽은 자전거도로가 뻗어 있다.
곧 탄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 한강 길로 접어든다.
송파둘레길 안내판이 보이고, 머지않아 수상관광 콜택시 승강장(昇降場) 앞을 지난다. 여기는 잠실한강공원(蠶室漢江公園)이다. 멀리서 ‘잠실대교’가 손짓한다. 다리 밑에는 ‘잠실수중보’와 어도가 보인다.
잠실은 조선 초기, 양잠산업 장려를 위해 ‘국립양잠소’ 격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설치되면서부터, 이런 지명을 얻었다.
‘농본사회’였던 조선은 농상(農桑)이라는 말에서 나타내듯이, 농사와 함께 뽕나무를 키우고 누에를 쳐서 비단을 짜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여겼다. 그래서 왕비가 친히 누에를 치면서 모범을 보이고, 나라에서 친잠례(親蠶禮)를 거행했으며, 선잠단(先蠶壇)도 설치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한양의 ‘내사산’ 중 하나인 남산의 형상이 누에머리를 닮아 ‘잠두봉’이라 했고, 그 누에에게 뽕잎을 주고 지기를 살리고자, 누에머리가 향하고 있는 잠실 지역에 뽕밭을 조성했다고 한다.
세종대왕(世宗大王)은 잠실 지역의 양잠을 민가에 맡기지 않고, 잠실도회를 설치해 운영하게 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곳 전 지역이 뽕나무 숲으로 무성했다고 한다.
서울시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잠실한강공원에 뽕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자연생태를 최대한 복원한 생태화공원을 지나면, 오른쪽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성내천이 나온다. 이제부턴 성내천을 따라 걷는다.
아치형의 멋진 흰색 다리를 건너니, 성내천길 안내판 옆에 ‘여울목다리’ 작은 석비가 있다.
오른쪽 낮은 언덕 밑에 노란색 산책로가 있고, 나무 난간이 뻗었다. 건너편에 ‘서울아산병원(峨山病院)이 보인다. 호가 ‘아산’인 고(故) 정주영(鄭周泳) 현대그룹 창업자를 기리는 병원이다. 그 옆에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도 있다.
올림픽공원과의 갈림길에서 왼쪽 다리를 건너, 송파여성축구장(松坡女性蹴球場)을 끼고 우회전한다. 여성축구장인데, 남성들이 축구를 즐긴다.
산책로 옆에, 2020년 10월 박성수(朴星洙) 송파구청장이 설치한 ‘그린 뉴딜, 21km 송파둘레길을 덮다’ 표석도 있다.
성내천 건너편 언덕위에 몽촌토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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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내천과 몽촌토성(오른쪽) |
이쪽 천변에는 논 같아 보이는 곳도 있다. 저 곳이 벼농사 체험학습장(體驗學習場) 같다.
천변으로 내려서서, 징검다리를 통해 성내천을 건넜다. 넓직한 전망 데크에서 간식을 나누며, 잠시 쉬어간다.
산책로 오른쪽에 올림픽공원으로 나갈 수 있는 굴다리가 보인다. 그 곳을 통과, 공원(公園)으로 들어섰다. 멀리 ‘롯데타워’가 마치, 거대한 미사일을 세워놓은 것 같다.
바로 토성 길로 올라갔다.
몽촌토성은 송파구 방이동과 오륜동 사이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한성백제(漢城百濟) 때의 토성이다. 성벽 및 그 내부가 사적문화재로 공식 지정됐다.
북쪽 풍납동에 있는 풍납토성(風納土城)과 함께, 한성백제의 수도인 ‘하남위례성’의 주성이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 선사시대 움집터, 판축 터, 지하구멍 등이 발굴됐고, 토성의 축조는 3세기경에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1984년 올림픽공원 공사 도중 토성 터와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위례성에는 ‘북성’과 ‘남성’이 있었는데, 학자들은 북성을 풍납토성, 남성은 몽촌토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규모가 큰 풍납토성이 왕성(王城)이고, 몽촌토성은 비상시에 들어가 농성할 수 있는, 일종의 ‘대피 성’ 개념으로 세웠던 것으로 추정한다.
재미있는 것은 백제도성인 몽촌토성에서 고구려(高句麗) 건물 터 유구와, 고구려 토기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고구려 토기라 할 수 있는 ‘사이장경옹(나팔입항아리)’이 확인됐다.
이는 고구려가 백제 수도 한성(漢城)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을 차지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고구려는 한성을 함락시킨 후 몽촌토성에 주둔하면서, 한강 이남으로 진출하기 위한 군사거점으로 삼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성백제박물관(漢城百濟博物館)의 몽촌토성 발굴조사에서 더 명확해졌다.
성곽 길로 오르니, 곧 ‘백제 집 자리 전시관’이 보인다. 당시 집터가 보존돼 있는 곳이다.
판축(版築) 성벽 아래로, 당시의 목책(木柵) 유물이 보인다. 서해의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와, 염분을 머금은 뻘 밭에 묻혀 있어 썩지 않고 보존된 것이다.
또 올림픽공원 내 호수는 상당 부분 백제 때의 해자(垓字) 유구에, 물이 고여 형성된 것이다.
즉 적군이 성을 공격하려면 먼저 해자를 건너고, 다시 목책을 넘어, 상당히 높은 성벽을 기어올라야 했다. 언덕 위에 축조된 성벽 위에선 주변 일대가 잘 조망된다. 평지성(平地城)인 풍납토성보다 방어에 유리한, 산성 수준의 요새였다.
한쪽에는 백제학연구소(百濟學硏究所)의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근 30년만의 발굴조사다.
그 곳을 지나자, 은행나무 보호수 한 그루가 당당히 서 있다. 오른쪽에는 잠실 일대의 빌딩과 아파트 숲이 보인다. 높이로는 롯데타워가 단연 발군이다. 아름다운 소나무들과 오동나무 두 그루가 나그네를 반겨준다.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의 빨간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다.
길옆에 ‘체육인(體育人) 정(鄭)월타 선생 추모비’가 있다.
생소한 이름인데, ‘민간 스포츠외교의 선구자’이자 개척자란다. 1986년 ‘제10회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유치에 공헌했고, 197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훈장(勳章) 동장을 받았다고 한다.
곧 ‘평화의 광장’과, 날렵한 방패연 모양의 ‘세계평화(世界平和)의 문’이 나온다.
그렇게 올림픽공원을 빠져나오면, 바로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을 만날 수 있다. 대로 건너편 방이동은 ‘먹자골목’이 유명하고, 사적으로 지정된 방이동 고분군(芳荑洞 古墳群)도 한 번 들러볼 만하다.
방이동 고분군은 ‘방이초등학교’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어, 10여 분 남짓 직진하면 보인다.
처음엔 백제유적으로 알려졌으나, 무덤 양식과 출토된 유물로 미뤄, 지금은 신라인(新羅人)들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무덤양식은 ‘횡혈식 석실분(굴식돌방무덤)’으로, 돌을 쌓아 무덤방을 만든 후, 한 쪽으로 널길을 내고 외부는 흙으로 덮었다.
오른쪽 잠실4동에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溫祚王)을 기려, ‘온조 마루 근린공원’도 조성돼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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